고유정, A군 사망 전날 구조 소동
제주지검은 6일 오후 제주지법에서 열린 고유정에 대한 10차 공판에서 고유정의 계획범죄를 뒷받침하는 녹음 내역을 추가로 공개했다. 녹음은 고유정의 휴대전화에서 나온 것이다. 해당 자료에는 고유정이 의붓아들 사망 일주일 전에 “음음…. 내가 쟤(A군)를 죽여버릴까!”라는 음성이 담겨 있다. 그는 2019년 2월 22일 오후 1시 52분께 현 남편과 싸우다가 A군을 살해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10차공판서 어머니와 통화 공개
고유정, 부검전에 아이 사인까지 알아
A군 사망때 깨어있던 정황 곳곳서 드러나
검찰 측이 이날 제시한 사건은 2015년 50대 남성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얼굴을 베개로 눌러 살해한 사건이다. 고유정은 지난해 3월 2일 오전 4∼6시께 A군이 잠을 자는 사이 몸을 눌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됐다.
아울러 검찰은 고유정이 의붓아들 사망 전날인 2019년 3월 1일 오후 10시 편의점에 갔다가 차안에서 잠이 들어 남편이 실종된 줄 알고 경찰에 신고를 한 일도 공개했다. 고유정이 (범행을 앞두고) 일부러 잠을 자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는 게 검찰 측 판단이다.
A군 사망…유산한 병원 통화 내용 들어
검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이날 밤을 새우면서 오전 3시 48분 현남편과 사별한 전처 가족과 지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삭제했다. 이에 대해 현남편은 “고유정에게 전처 가족과 지인의 전화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다”고 말해왔다. 검찰은 고유정과 현남편이 A군 사망 이전부터 사별한 전처 문제를 놓고 다툼을 벌여왔던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정이 이날 오전 4시 52분 들었던 휴대전화에 녹음된 음성파일 2개도 검찰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이 중 하나는 같은 해 2월 남편이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청주에 잘 도착했다는 내용이 담긴 통화 내용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이 유산했을 당시 다녔던 산부인과에 전화했던 파일이다. 검찰은 의붓아들 살해 동기 중 하나로 고유정이 두 차례 유산을 한 후 남편과의 갈등을 빚어왔다는 점을 꼽고 있다.
고유정, A군 사망시간·사인까지 알아
“아이가 죽은 지 얼마나 된 것이냐”는 어머니의 질문에는 “오래된 거지. 몇 시간”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면 사망 시간 알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유정은 또 A군의 죽음에 대해 어머니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자 “우리 애 아니니까 그런 건 슬퍼하지 마”라는 말하기도 했다.
고유정, 의붓아들 살해는 극구 부인
고유정은 A군이 사망한 지 2개여 월 뒤인 지난해 5월 25일에는 전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고유정은 지난 7차 공판에서 시신을 훼손한 이유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한 반면,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선 “우연적 요소를 꿰맞춘 상상력의 결정체”라며 검찰 공소장을 전면 부인했다. 재판부는 오는 20일께 결심공판을 한 뒤 다음 달쯤 고유정에 대한 1심 선고를 할 예정이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