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소방서는 즉각 소방차를 출동시켜 큰불을 잡았다. 하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연기가 피어올랐다.
잔불을 끄기 위해 동백 119안전센터 펌프차가 추가로 동원됐다. 하지만 펌프차는 화재 현장 코앞에서 멈춰서야 했다. 불법 주차된 흰색 경차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대로 진입했다간 해당 차량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소방차 진입 막은 경차, 번쩍 들어 옮긴 시민들
하지만 소방관들은 강제 진입을 망설였다. 불법 주차된 차량이긴 하지만 급박한 상황도 아닌, 화재 진압이 막바지인 상황에서 강제로 밀고 들어갈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소방차가 주춤하던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시민 10여명이 불법 주차된 흰색 경차를 들어 옆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현장에 무사히 도착한 소방차는 남은 불은 모두 껐다. 당시 이 건물엔 95명의 시민이 있었지만 대부분 스스로 대피하면서 큰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당시 상황을 찍은 영상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소방본부 "경기지사 표창하겠다" 의인들 수소문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당시 크리스마스이브라 도로도 혼잡하고 불법 주차된 차량이 많아 현장 진입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차량을 옮겨 준 시민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며 "차량을 옮기는데 10여명 정도가 도움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의인들께서는 꼭 연락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