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다가오자 춤추는 정치 테마주…"쳐다보지도 말아야"

중앙일보

입력 2020.01.05 16:15

수정 2020.01.0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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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1년여간의 해외 체류를 마무리하고 국내 정계로 복귀하겠다고 2일 시사했다. [연합뉴스]

 
여유자금 1500만원을 주식으로 굴리고 있는 직장인 강모(37) 씨는 최근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관심종목'에 안랩을 추가했다. 회사 동료가 이 회사 주식을 3년 전쯤 사서 80% 넘는 수익을 냈다는 얘길 들어서다. 강씨는 "타이밍을 잘 잡아 투자하면 돈 좀 벌 것 같다"고 말했다.
 
선거 시즌만 되면 기승을 부리는 정치 테마주,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4월 총선을 100일 남짓 앞둔 요즘, 개인 투자자들이 사고팔며 주가가 여지없이 요동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안철수 테마주'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의원이 지난 2일 정계 복귀를 선언하자 써니전자는 이틀 동안 무려 47% 급등했다. 임원이 안랩 출신이란 이유로 2일 가격제한폭까지 치솟더니 3일에도 13.2% 올랐다. 주식을 단기간에 사고팔아 '손바뀜'도 잦았다. 써니전자는 3일 상장 주식 수 대비 거래량(회전율)이 210%로 시장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안철수 테마주'로 묶인 다믈멀티미디어도 이틀간 주가가 37.4% 뛰었다. 안 전 의원이 총선을 앞두고 야권의 '새 판'을 짜는 데 역할을 한 뒤, 대선 후보로서 정치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낙연·황교안 테마주는 급등락을 거듭한다. 남선알미늄이 단적인 예다. 지난해 11월 8일 3955원이었던 남선알미늄 주가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총선 출마설이 힘을 받자 수직 상승했다. 같은 달 11일 상한가로 치솟았고, 15일 5370원까지 올랐다. 이 회사는 이 총리의 친동생이 남선알미늄과 계열 관계인 SM그룹 삼환기업 대표란 이유로 '이낙연 테마주'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후 친동생의 대표 사임에 30%가량 급락했다.  


주가 '기대감→급등→ 폭락' 되풀이 

정치 테마주는 대부분 기업 대표나 대주주가 '정치인과 친분이 있다'는 식으로 만들어진다. 학연·지연·혈연 등으로 엮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연관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다믈멀티미디어는 정연홍 대표가 안철수 융합기술연구소 부교수 출신이란 소문이 퍼져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됐지만, 안랩에 따르면 다믈멀티미디어 정연홍 대표와 안철수 융합기술연구소 부교수 출신 정연홍 씨는 동명이인이다. 즉 아무 연관성이 없는데, 테마주로 엮인 셈이다. 과거 다믈멀티미디어 등은 "(안철수 전 의원과) 사업적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정치적 행보에 따라 주가가 계속 출렁이고 있다.  
 
선거 시즌 때마다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뭘까. 익명을 원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대선·총선 때 일부 테마주가 2~3배 급등했는데, 이때 학습효과를 경험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테마주’로 롤러코스터를 탄 안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문제는 실적과 상관없이 주가가 급등락하고 있어 자칫 큰 손실을 볼 수 있단 점이다. 정치 테마주는 일반적으로 '기대감→급등→폭락' 순으로 움직인다. '안철수 테마주'인 안랩이 대표 사례다. 안랩은 대선을 앞둔 2017년 3월 초·중순 6만원대에서 거래되다가 안 전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3월 말 14만73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문재인 당시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대선 직전인 5월 초 6만원대로 곤두박질쳤다. 주가 흐름이 정치 행보와 꼭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17년 16~18대 대선 기간 이상과열 현상을 보인 43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선거 후 닷새째 날 당선자 테마주의 누적 수익률(5일간)은 -7.12%였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선거가 끝나면 당선, 낙선과 관계없이 테마주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이슈와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급등락하는 데다, 추이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정치 테마주는 아예 쳐다보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총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를 집중 감시할 것"이라고 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