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 〈608〉
평소 따르던 패거리 4명과 범행 저질러
1983년 납치 주범은 홍위병 출신
경제사범 단속에 불만 품고 범행
“비행기 납치해 대만으로 튀자”
체육학원 보위용 권총 4정 훔쳐
조종사 협박해 평양 거쳐 남쪽행
덩샤오핑 지시, 중 치안의 기틀 돼
1982년 3월, 성 정부가 경제사범 단속에 나섰다. 정직 처분을 받은 쭤창런은 정부(情婦)인 선양군구 부참모장의 딸 가오둥핑(高東萍·고동평)에게 불만을 털어놨다. “그간 내 돈 먹은 놈들이 더 난리를 부린다. 비행기 납치해서 대만으로 튀자.” 가오둥핑이 응하자 패거리 규합에 나섰다. 평소 형이라 부르며 따르던 4명이 동조했다. 선양체육학원보위과에 근무하는, 행실에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었다. 화류계 여성들과 한방에서 혼숙하다 들키는 바람에 공안국이 언제 잡으러 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집안들은 번듯했다. 6명은 준비를 철저히 했다. 1년간 대만 방송을 열심히 듣고 항공 노선을 세밀히 연구했다. 항공기에 관한 지식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선양 경비사령부 관리원이 준 실탄 400발로 6차례 사격 연습도 했다. 체육학원에는 보위용 권총이 4정 있었다. 아무나 들어와서 돈만 내면 총 쏘는 연습하던 시절이다 보니 관리가 소홀했다. 83년 5월 4일 밤, 쭤창런 일행은 권총 4정을 확보했다. 두 정을 가오둥핑의 화장품 상자에 숨겼다.
10시 49분, 상하이행 중국민항 296호 항공기가 선양공항을 이륙했다. 기장 왕이셴(王儀軒·왕이헌)의 구술을 소개한다.
“항공기에는 승객 96명과 승무원 9명, 총 105명이 타고 있었다. 승객 중 3명은 일본인이었다. 비행은 순조로웠다. 좌석을 둘러본 승무원이 뒷자리에 낌새가 이상한 승객들이 있다고 보고했다. 눈치를 힐끔 보며 수군대는 모습이 무슨 음모 꾸미는 사람 같다는 내용이었다. 시계를 보니 11시 22분이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감시를 철저히 하고, 내 명령 없이는 조종석 문을 열지 말라고 지시했다. 잠시 후 총성이 울렸다. 밖에서 조종석 문 때려 부수는 소리가 요란했다. 주범 쭤창런은 자신이 항공학교 출신이라며 내 머리에 총구를 들이댔다. 남조선으로 향하라고 소리를 꽥 질렀다. 나는 다롄(大連)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온갖 사회악 제거하는 것이 인도주의”
선양 공안국은 느려터졌다. 항공기 안에서 납치극이 한참인 11시 40분에 공항과 기차역을 봉쇄했다. 공안특경대는 296호 이륙 50분이 지나서야 선양공항에 도착했다. 류푸즈(劉復之·유복지)는 평소 중국 역사상 최고의 사법부장으로 손색이 없었다. 항공기 납치 사건에 분노했다. 공안부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덩샤오핑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7월 19일, 베이다이허에서 휴가 중인 덩샤오핑에게 역설했다. “부녀자들은 밤에 문밖을 나가지 못하고, 부모는 날뛰는 자식들을 통제 못 한 지 오래다. 공직자들은 재물에 눈이 멀고, 돈 쥔 자들은 못하는 짓이 없다. 가짜 물건 시장에 풀고, 새로 지은 집들이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풍기도 엉망이다. 이런 것들 제거하는 것이 인도주의다.” 듣기만 하던 덩샤오핑이 이를 악물었다. 옌따를 지시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