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8년 만에 첫 팬미팅을 열게 된 가수 양준일(51)이 31일 서울 세종대 대양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소회다. 취재진 앞에 선 스스로의 모습이 낯선지 그는 연신 “모두 저를 보러 오신 것이 맞냐”며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미국 식당에서 서버로 일했는데 믿기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슈가맨’이 소환한 지각 인기 가수
“일주일 전만 해도 미국 식당 서빙
노래 재편곡해 앨범 낼 계획”
베트남에서 태어나 홍콩·일본·미국 등을 오가며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한국말이 서투르다는 이유로 방송 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교포 출신이나 해외 국적 가수들도 많은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는 ‘시대를 너무 앞서나간 뮤지션’이라는 평가에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당시 한국과 안 맞는다는 건 느꼈다”며 “그렇지만 내가 하는 음악을 바꿀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2001년 양준일의 존재를 숨긴 채 프로젝트 그룹 V2를 꾸려 활동했던 그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앨범을 내고 싶다는 디자이어(욕망)가 굉장히 컸다”고 고백했다. “원래 가사 쓰기가 굉장히 힘들었는데 그때는 막 가사가 쏟아져 나왔어요. 아마 마지막 앨범이 될 거라는 걸 알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게 잘 됐든 안 됐든 내려놓을 수 있었고요.”
새 앨범 계획을 묻는 말에는 “새로운 가사를 쓰기보다는 그때 가사들을 무대에서 충분히 표현하고 싶다”고 답했다. “예전 음반이 중고시장에서 그렇게 고가로 팔린대요. 가짜로 찍어내는 것도 많은데, 재편곡과 재녹음을 해서 제대로 앨범을 만들어서 팬들에게 드리고 싶어요. 도대체 제 머릿속에 들어있는 게 뭔가 하는 질문도 많이 받아서 책도 준비 중이에요. 한국말이 부족해서 제가 말하고 다른 분이 정리해주시겠지만요.”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게 된 그가 스스로 꼽는 매력은 뭘까. “그 질문은 저 자신한테 물어보지 않아요. 감히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파악하려고 노력하면 포뮬러(공식)가 나올 거고, 그걸 따라가려고 하면 또 그 포뮬러를 죽이는 포뮬러가 나올 것 같아서요.” 그럼에도 “패션 감각은 타고난 것 같다. 딱 보면 몸에 어울릴지 판단이 선다”거나 “바쁜 날은 식당에서 하루 14시간을 일하며 16㎞를 걸으면서도 먹는 것을 조절한다”는 걸 보면 천상 연예인이다. 그것도 요즘 시대에 딱 맞는.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