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26일 오후 7시 40분쯤 구리시에서 초등학생 A양은 조부모 집으로 친구 B양을 부른 뒤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B양은 집 앞 복도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지던 도중 사망했다. 비명을 듣고 달려와 복도에서 B양을 발견한 경비원이 112에 신고했다.
중범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촉법소년
‘14세가 되지 않은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는 형법에 따라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은 불가능하다. 법원 소년부로 넘겨져 일반적인 형사사건 기소보다 수위가 낮은 보호관찰이나 소년원 수감 등 처분을 받게 된다.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
실제로 경찰은 조사가 끝난 뒤 A양을 소년분류심사원으로 인치했다. 소년분류심사원은 비행 청소년을 위탁받아 수용하는 법무부 소속 기관이다.
A양은 B양을 흉기로 살해한 이후 범행 현장을 은폐하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듭된 경찰의 추궁에 A양은 혐의를 인정하며 "B양으로부터 험담 등 괴롭힘과 폭행을 당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양이 계획적으로 범행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이다.
지난 4년간 송치된 촉법소년 2만8024명
여중생들이 초등생을 수차례 폭행하는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돼 공분을 샀는데 ,가해 여중생들이 모두 만 13세라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지난 4월엔 차량을 훔치고 교통사고를 냈지만, 촉법소년이라 처벌받지 않았던 중학생 3명(만 12세)이 경찰에서 풀려난 지 2주 만에 차량을 훔쳐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년부로 송치된 촉법소년은 7364명이다. 2015년(6551명)에 비해 12.4% 증가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 수만 해도 2만8024명이다.
범행이 잇따르자 법무부도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13세로 낮추는 방안을 담은 '제1차 소년비행예방 기본계획(2019∼2023)'을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지난 10월엔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회에 계류 중인 소년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법이 통과된다 해도 A양 같은 만 12세 이하 초등학생은 처벌할 수 없다.
보상받기도 애매…보상 금액 현실화 법 만들어져야
최모란·박사라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