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이 29일 보도했다. 지난 4월 10일 제4차 전원회의 이후 8개월여 만이다. 당 전원회의는 노동당 규약 등에 따르면 해당 시기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는 의사결정기구다. 200명 이상의 당 중앙위원들이 전원 참석한다. 여기에 당과 내각 및 중앙기관 간부, 각 도 인민위원장 등까지 방청해 대규모로 진행됐다.
통신은 제5차 전원회의에 대해 “중중첩첩 겹쌓이는 가혹한 시련과 난관을 박차며 혁명 발전을 더욱 가속시키고 당 건설과 당 활동, 국가 건설과 국방 건설에서 나서는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하기 위하여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어 “현 정세 하에서 우리 당과 국가의 당면한 투쟁 방향과 우리 혁명의 새로운 승리를 마련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적 문제들이 상정됐다”고 덧붙였다.
북, 당 전원회의 어제 개최해 이례적 '하루 이상' 진행
1인 주석단→18명 정치국 위원 앉아…박봉주는 빠져
이례적 ‘긴’ 회의 왜…김정은 고심 깊나
김 위원장은 2013년 3월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을 처음 제시했고, 2018년 4월 제3차 전원회의에서 이 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했다. 그러면서 경제건설 총력 노선을 천명했는데 '핵무력'을 완성했으니 이제부턴 경제발전에 집중하겠다는 일종의 노선 변화였다. 이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나서며 비핵화 협상에 몰두했다. 하지만 1년 반 이상 협상이 공전했다. 경제발전을 위해 미국으로부터 대북 제재 완화를 끌어냈어야 했지만, 비핵화 협상은 지난 2월 북·미 하노이 2차 정상회담 이후 침체에 빠져 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당 전원회의 개최에 이어 내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의 구체적 모습을 밝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 후인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계속 압박과 제재로 나간다면 내년부터 우리도 ‘새로운 길’을 가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김정은 ‘새로운 길’ 수위 낮출까
이어 한국 측 판단에 대해 보고를 받은 한 인사는 "북한은 그 무렵(2월 16일)까지 미국의 협상 태도에 변화가 있을지를 기다릴 것으로 보이며, 만약 미국의 태도 변화를 보지 못한다면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ICBM) 또는 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 시험 발사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 같은 관측과 관련, “경제건설 총력 노선을 밝힌 지 1년이 좀 넘었는데 북한이 당장 핵 무력 건설로 회귀하진 않을 것”이라며 “현 전략 노선은 유지한 가운데 변화된 정세를 반영해 국방 쪽 비중을 늘리는 ‘새로운 길’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을 향해선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조건부 비핵화 협상 중단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도 “내년 초 레드라인(핵실험·ICBM 발사)을 넘는 무력 도발 가능성은 작다”며 “핵 능력 강화 구두 선언, 영변 핵 단지 활동 강화 등 다양한 도발을 통해 국방 자위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주석단에는 김 위원장을 포함해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위원들이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4월 제4차 전원회의에선 김 위원장 홀로 주석단에 앉아 회의를 진행했다. 김 위원장의 권력 위상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해석이 나왔는데 8개월 만에 집단 지도체제의 모습을 보였다.
북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주석단에는 김 위원장을 포함한 정치국 상무위원 3명과 위원 18명 등 총 21명이 자리해야 하지만 18석만 배치됐다. 정부 소식통은 “상무위원 중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정치국 위원 중에선 태종수 당 부위원장·노두철 내각 부총리 두 명이 빠졌다”고 전했다. 이어 “박봉주 부위원장 대신 김재룡 총리가 상무위원에 올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기동 수석연구위원은 “주석단에 정치국 위원을 포진시킨 건 이번 전원회의 결정의 무게감을 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며 “북한 경제통인 박봉주 부위원장이 상무위원에서 소환(탈락)됐다면 김재룡 내각 총리로의 세대교체이거나 경제 총력 노선을 다소 후퇴시키고 국방력을 강화하겠다는 상징적 조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