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노동당 전원회의를 비롯한 향후 며칠 간의 북한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연말까지 미국의 응답이 없을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상태이기 때문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4월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단,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라는 전향적 내용을 선언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새로운 길’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3차 때의 선언을 폐기하고 강경책으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봐야 한다. 김 위원장이 직접 메시지를 내는 신년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기 반환점을 지난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대표적인 성과는 대북 관계다. 임기 초 전쟁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한반도 상황이 바뀐 건 사실이다.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등을 거치면서 화해 국면이 조성됐고, 문 대통령이 일관되게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정착하는 듯했다. 북ㆍ미가 직접 테이블에 앉은 뒤부터 한국 정부는 한 발 뒤로 빠졌지만 한ㆍ미 공조와 북한과의 우호적 관계 설정 등으로 ‘촉진역’을 자임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남북관계는 삐걱대더니 연말에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지난달까지 청와대는 대북 관계와 관련해 “결실을 보기 전에 갈등이 커지게 마련”이라는 기류였다. 결과적으로는 북ㆍ미 실무 회담이 성사될 것이란 낙관적 기대였다. 7일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청으로 문 대통령과 30분간 대북 문제를 놓고 전화 통화를 했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역할’을 당부했다는 게 정설이다. 이후 문 대통령은 한ㆍ중ㆍ일 정상회의에서 북ㆍ미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이에 대한 중ㆍ일 정상의 지지를 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가시적인 북한의 움직임이나 별다른 성과 없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강경 노선을 굳힐 경우,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프로세스도 불가피하게 재검토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