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운데 오지환만이 지난 20일 원 소속팀 LG와 계약했다. 4년 총액 40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6억원)의 조건. 협상 여론전에서 밀린 오지환이 "계약을 백지위임 하겠다"며 물러났다. 때문에 LG의 제시안이 그대로 계약서에 들어갔다. 적잖은 팬들은 오히려 '오버페이'를 했다고 아우성이다.
계약이 더 늦어지고 있는 안치홍과 김선빈, 전준우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로서는 원 소속팀이 아닌 다른 팀이 이들과 협상하는 것 같지 않다. 경쟁이 없으면 가격은 내려가기 마련. 시간은 구단 편이다.
그러나 협상의 주도권(수급과 여론)이 구단에게 있는 이상, 선수들의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한파 수준의 FA 시장에서 그나마 투수들은 수요가 있다. 정우람(34·한화·4년 39억원), 송은범(35·LG·2년 10억원), 진해수(33·LG·2+1년 14억원) 등은 투수로서 적지 않는 나이인 데도 괜찮은 계약을 했다.
이지영(키움·3년 18억원)의 포지션이 수비 비중이 큰 포수라는 걸 감안하면 지금까지 제대로 이뤄진 타자 계약은 오지환과 유한준(KT·2년 20억원)뿐이다. A급이 아닌 FA 타자들의 이름값도 묵직하다. 한화 김태균과 이성열, NC 박석민과 김태군, SK 김강민 등이다. 오주원(키움), 윤규진(한화), 손승락·고효준(롯데) 등 투수들도 물론 있다.
이번 오프시즌에서 타자들이 고전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공인구 반발력 감소다. 2014년 시작된 타고투저(打高投低) 현상은 지난해 경기당 홈런이 2.44개나 나오며 심화했다. 이 과정에서 타자들의 FA 대박도 꽤 많이 터졌다. 타자들이 지나치게 득세하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 공인구의 반발력을 0.4134~0.4374에서 0.4034~0.4234로 낮췄다.
거의 모든 타자들의 성적이 1년 만에 급락했다. 올해 FA가 된 타자들도 예외가 없었다. 계약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직전 시즌' 성적이 떨어졌으니 협상의 주도권을 갖지 못했다.
많은 야구인들이 공인구 교체를 찬성했다. 그러나 1년 만에 야구가 너무 많이 변한 게 문제다. 그 변동성이 계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