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치 재무제표 분석…인건비 1년새 4배 급증
녹색드림의 당시 종업원 수는 17명, 직원당 월급이 200만~300만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를 고려해 한해 인건비를 최대로 잡아도 4억~5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녹색드림은 수년째 임금을 제대로 주지 못해 실제 지급된 인건비는 이보다도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급 절반 나오거나 아예 안나올 때도"
이 때문에 녹색드림이 회계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장부상의 인건비와 실제 지급된 인건비의 차액만큼의 자금이 횡령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는 "실제 임금이 지급되지 않았더라도 지급해야 할 인건비를 손익계산서에 기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다만 지급하지 못한 인건비는 재무상태표에 미지급 급여(비용)로 남겨둬야 하는데, 녹색드림의 지난해 미지급금은 1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녹색드림이 주식시장에 상장될 정도의 규모 있는 사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자본시장법 위반은 아니다. 다만 비용을 늘려 이익을 줄인 만큼 법인세를 적게 낸 점은 세무당국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허 전 이사장이 최대주주인 녹색건강나눔으로 자금이 유출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녹색드림의 전체 매출에서 녹색건강이 차지하는 거래 비중은 54.08%에 달한다. A씨도 "허 전 대표는 정권이 바뀌고 태양광 시장이 열리면서 사업 전망을 굉장히 낙관적으로 보고 지난해 초부터 직원들을 많이 뽑았다"며 "녹색드림 소속 정규직원 17명 이외에도 녹색건강 직원, 비정규직이 섞여서 함께 일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태양광 설비의 설치 공사는 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전기공사업법상 다른 사업자에게 재하도급을 주거나 자격이 없는 사업자에 맡기면 안 된다. 그런데 허 전 이사장은 태양광 사업과 무관한 녹색건강 직원들까지 동원하고 수익을 나눈 정황이 있다.
한 회사법 전문 변호사는 "실제 지급된 인건비가 장부상의 인건비와 다르고 본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와 수익을 공유했다면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만 37억 태양광 보조금…검찰, 자금 흐름 추적할 듯
실적이 지지부진하던 녹색드림은 2017~2018년 서울시에서만 총 37억원의 태양광 사업 보조금을 받으며 급성장했다. 녹색드림은 2016년 매출액이 8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2017년 매출액은 37억원, 지난해에는 4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감사원이 지난 10월 특혜 의혹의 일부가 사실이라고 밝혀내기도 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태일)는 지난 24일 허 전 이사장에 대해 녹색드림을 운영하면서 직원 40여명에게 수년간 5억원 안팎의 임금을 주지 않은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임금 체불 혐의의 경우 피해자가 신고한 금액에 대해서만 검찰이 조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당장 검찰이 회계처리 의혹 부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은 전기공사업법상 불법 하도급과 보조금 횡령 혐의 등도 함께 조사 중이다. 태양광 특혜 의혹 수사를 본격화하면 녹색드림의 회계장부를 들여다보면서 수상한 자금 흐름을 추적할 공산이 크다.
허 전 이사장은 26일 피해자들에게 "제가 구속되면 회사와 임금체불 피해자, 그 외 직원들 모두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경영 실적 악화로 지난 6월부터 회사 통장 등이 압류됐지만, 앞으로 압류가 조금씩 풀리고 수익이 발생하면 체불된 임금을 지급해나가겠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녹색드림을 포함한 전체 회사(4개 업체)의 연 매출이 65억원이고 구성원 80여명의 인건비가 40억원, 여기에 자재비와 사무실 임대료 등을 합하면 적자"라며 "횡령은 절대 아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