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화염과 분노' 때보다 더 자주 오는 미군 정찰기, 왜?

중앙일보

입력 2019.12.26 13:43

수정 2019.12.2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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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예고한 크리스마스 도발의 시한을 하루 넘긴 26일에도 미군 정찰기는 한반도 상공에서 바삐 움직였다.
 
항공기 추적 전문 트위터 계정인 에어크래프트스폿에 따르면 이날 새벽 미국 공군의 RC-135S 코브라볼과 E-8C조인트스타스가 한반도에서 정찰비행 임무를 수행했다. 이어 이날 오후에는 또 다른 RC-135S가 투입됐다. RC-135S는 탄도미사일의 궤적을 추적하는 정찰기다. 이 정찰기는 미군이 3대만 갖고 있는데, 최근 2대를 오키나와에 전개했다. E-8C조인트스타스는 지상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정찰기다.

재선 앞둔 트럼프의 조바심 때문
2017년 12월 7일 vs 올 12월 17일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연관 해석도

RC-135S 코브라볼. [사진 미 공군]



전날이자, 북한의 도발 예고 당일인 25일에는 E-8C, RC-135S에다 RQ-4 글로벌호크, RC-135W 리벳조인트 등 4종류의 미군 정찰기가 한반도를 찾았다. 이날도 RC-135S 2대가 나타났다. RQ-4는 20㎞ 상공에서 38~42시간 정찰을 하는 고고도 무인 정찰기다. RC-135W는 통신ㆍ신호 정보를 수집한다. RC-135S의 경우 오전과 오후 각각 다른 기체가 동해에서 북상하면서 한반도를 흝고 지나갔다.
 
하루에 5대의 미군 정찰기가 한국을 찾은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미국이 북한의 ‘크리스마스 도발 카드’에 민감해했다는 의미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탄핵 심판을 앞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할 경우 큰 정치적 타격을 입는다”면서 “미국으로선 북한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8C 조인트스타스. [사진 위키피디어]

 
실제로 올 12월과 잇따른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 때문에 한반도의 위기가 정점으로 치솟았던 2017년 12월을 비교하면 올해 미군 정찰기의 한반도 비행이 훨씬 잦았고, 종류도 다양했다. 26일 현재 올 12월엔 1일, 7~8일, 14~18일, 20일을 제외한 17일간 미군 정찰기가 한반도를 정찰했다. 2017년 12월의 미군 정찰기 한반도 비행은 7일이었다. 이는 항공기 추적을 전문으로 하는 트위터 계정인 시브밀에어에어크래프트스폿에 나온 횟수만 센 것이다. 군 소식통은 “이것 말고도 미군 정찰기가 더 많이 왔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시브밀에어와 에어크래프트스폿이 실제 추세를 반영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RQ-4 글로벌호크. [사진 미 공군]

 
북한을 살핀 미군 정찰기의 종류도 2017년보다 더 다양했다. 2017년 당시는 주한미군이 운용하고 있는 RC-12X와 EO-5C 위주였다면, 올해는 미 본토에 주둔한 RC-135S와 RC-135W가 자주 한반도 상공을 드나들었다. 박원곤 교수는 “미군 정찰기가 은밀히 비행해도 되는데 굳이 자기 위치를 드러낸 이유는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북한에 경고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미군 정찰기 한반도 비행.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군 안팎에선 미국이 대량으로 정찰기를 한반도에 투입한 배경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연관을 짓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지난 4~5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협상에서 대북 감시ㆍ정찰자산의 운용ㆍ작전 비용을 한국이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대북 감시ㆍ정찰자산은 미군 정찰 인공위성과 미군 정찰기를 뜻한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