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 하트체임버오케스트라(이하 하트체임버)의 성탄절 축하 무대다. 올해 창단 12년을 맞은 세계 유일의 시각장애인 관현악단이다. 연주가 끝나자 다시 불이 켜졌다. 이상재 음악감독이 마이크를 잡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밤을 즐기셨나요.”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브라보” “잘한다”도 빠지지 않았다.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됐다.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세상의 불화도 가라앉히는 음악의 힘이다.
세계 유일 시각장애악단
하트체임버의 멋진 화음
해마다 40차례 전국 돌아
함께하는 세상 일깨워줘
이날 공연은 두 시간가량 펼쳐졌다. 베르디의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을 시작으로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같은 정통 클래식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천공의 섬 라퓨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알라딘’ 주제가 등 영화음악까지 여러 장르를 넘나들었다.
특히 마지막 연주에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1000만 가까운 관객을 불러들인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다시 만난 듯했다. 록그룹 퀸이 열창한 ‘위 윌 록 유’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보헤미안 랩소디’ ‘위 아 더 챔피언’ 네 곡이 콘서트홀 600좌석을 가득 채웠다. 1986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을 달군 퀸의 전설적 무대가 부럽지 않았다.
이 감독에 따르면 단원들이 외운 레퍼토리가 200여 곡에 이른다. “매주 토요일 서울 서초동 연습실에 모여 4~5시간씩 화음을 맞춘다”고 했다. 설·추석이 낀 주일을 빼고 1년 50주 한데 모인다. 그뿐만 아니다. 서울과 지방, 파트별로 주 3회 연습하고, 주말에 전체가 만나 음을 조율한다. 음악에 죽고 음악에 사는 셈이다. 엄청난 열정이다. 학교·교정시설·노숙인쉼터·경찰서·소방서 등을 돌며 매년 40회 남짓 무대에 선다. 대단한 지구력이다. 2011년, 2015년 두 차례 뉴욕 카네기홀 초청 공연도 했다.
하트체임버는 이날 앙코르곡으로 김현철의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을 들려주었다. 기자가 받은 올 최고의 성탄절 선물이었다. 2017년에 이어 내년 4월 미국 미시간 국제음악제에 참가한다 하니 그들의 지칠 줄 모르는 발걸음에 힘찬 응원을 보낸다. “우리는 목숨을 걸고 연주를 합니다. 가장 큰 목표는 음악으로 밥을 먹는 직업 재활악단입니다”라는 이 감독의 각오가 가슴을 후빈다. 하트체임버의 오늘이 미완성일 수 있어도 그들은 이미 챔피언임이 분명하다.
박정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