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대표는 지난달에도 청와대 앞 사랑채 앞에서 8일간 단식 농성을 하다 쓰러져 후송된 적이 있다.
“단식·농성 후유증 발목에 무리”
유승민계와 보수통합 지지부진
황, 보수분열에 “시간 좀 더 달라”
황 대표는 전날 오후 밤 9시 40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전격 상정되는 순간 질끈 눈을 감았다.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 신당)로 대표되는 범여권의 위력을 실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에 비해 보수 세력의 통합 작업은 진척이 없다.
당시 로텐더홀 찬 바닥에 홀로 앉아 있는 황 대표에게 보수진영의 분열 이유를 물었더니 난감한 듯 즉답을 피했다. “제게 시간을 조금 더 주시겠어요. 우리 길을 가면 돼요. 우린 이깁니다. 왜? 이겨야 하니까요.”
그 시간 황 대표가 통합을 제안한 바른미래당 내 비당권파 의원들은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실에 모여 있었다. 한국당과 협상에 관여하는 한 의원에게 통합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물었더니 한숨부터 내쉬었다.
“황교안 대표가 우리를 좋아하는 것처럼 먼저 프러포즈를 하기에 우리는 결혼까지 생각한다면 몇 가지 약속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황 대표는 계속 고개만 끄덕거리고 있다. 그게 다다.”
황 대표가 지난달 7일 “통합이 정의”라며 보수 대통합을 제안하자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탄핵 불문 ▶보수 가치 재정립 ▶제3지대 통합 정당 수립 등 세 가지를 조건으로 내세웠고 황 대표가 호응하는가 싶더니 별 진척이 없다는 얘기다. 유 의원은 24일 ‘새로운보수당’ 창당준비위원회 비전회의에서 “창당은 흔들림 없이 그대로 추진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와 별도로 바른미래당 출신의 무소속 이언주 의원은 ‘미래를 향한 전진 4.0(전진당)’이라는 신당을 준비 중이다. 새누리당 대표 출신의 무소속 이정현 의원도 테크노크라트(전문 관료)와 40대 이하 청년층이 중심이 된 신당을 이르면 내년 2월 중순 발족한다는 계획이다. 대한애국당의 조원진 당 대표 측 인사도 “무턱대고 보수통합 열차에 승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회 밖 사정도 비슷하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이끄는 ‘새한국의 비전’, 박형준 전 의원 등이 속한 ‘자유와 공화’가 활동 중이다. 23일엔 친이명박계 좌장 이재오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국면통합연대’도 출범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총선을 앞두고 뿔뿔이 흩어지는 보수진영의 모습은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보수 쪽에 구심점이 될 만한 리더가 없다 보니 저마다 살길을 찾아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곧 통과될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분열 요인으로 거론된다. 군소정당에 유리한 선거제여서다. 현재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정당은 34개로 지난 총선 5개월 전(2015년 11월) 19개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되는데 보수 성향이 많다고 한다.
현일훈·박해리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