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현대인에게 인공지능은 동경과 두려움을 동시에 부르는 미지의 대상이다. 하지만 뇌과학자에게 인공지능이 미지의 대상인 이유는 자명하다. 뇌의 자연지능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인공적으로 흉내 내는 인공지능은 당연히 미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AI 시대라면서 뇌 관련 학과 전무
융합학문 세대 육성에 투자해야
알파고를 보고 “인공지능이 이렇게 대단한가”라며 놀라겠지만 소위 ‘AI 스피커’나 스마트폰의 ‘AI 비서’와 대화를 나눠보면 아직은 상당히 답답함을 느낀다. 구글 등 첨단 인공지능 관련 연구소들은 아마도 ‘지능’ 앞의 ‘인공’이라는 단어를 지금 가능하면 지워버리고 싶을 것 같다. 알파고를 개발한 하사비스 역시 기계적 알고리즘만을 연구해서는 이것이 불가능함을 깨닫고 인간 뇌 속 해마의 기억 관련 기능을 연구하는 뇌인지과학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핵심을 정확히 알고 움직이는 대담함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구글·페이스북과 같이 미래 트렌드를 좌우하는 첨단 기업들과 선진국의 대학 및 연구소는 이미 인공지능 기술개발과 뇌인지과학의 발전이 필수불가결의 관계임을 오래전에 인식하고 전략적 투자를 해왔다.
이런 투자의 최종 목적지는 뇌의 작동 원리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진정한 가상현실의 구현, 치매 정복, 정신 질환으로 인한 사회 문제 해결, 인지 능력 증강, 차세대 인공지능 등 꿈에 그리던 미래를 펼쳐 보이는 것이다. 그곳에 개인의 행복이 있고 기업에는 시장이 있으며 사회와 국가의 미래가 있다.
하지만 한국의 지금 현실은 그리 밝지 않다. 기업들은 당장의 기계학습 기술들을 활용해서 단기적 수익을 내고 싶어한다. 대학들은 너무도 ‘인공적인’ 현재의 지능 구현 기술을 넘어설 융합 학문 세대를 길러내기 위한 과감한 투자와 지원에 인색하다.
심지어 미국의 유수 대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학부의 신경과학 학과나 뇌인지과학 학과가 전무한 것은 뇌과학자들에게는 충격적이다. 뇌과학자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의 인공지능 투자 방향은 다분히 응용 중심의 공학적이고 산업적이다.
마치 선진국은 이미 날기 위해 비행기를 만드는 기술 개발에 노력을 결집하고 있는데 한국은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라는 기계에 매료돼 거국적으로 차를 더 정교하게 만들고 보급하는데 매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물론 이 또한 국가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단계겠지만, 좀 더 먼 미래에 목표 설정을 하고 대규모 투자를 장기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견지망월(見指忘月)이란 말이 있다. 즉,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본질을 쳐다보지 못하고 손가락만 쳐다보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알파고에게 몸이 있었다면 매우 부러운 눈빛으로 아마도 우리의 뇌를 자신의 손가락으로 가리켰을 것이다.
인공지능 국가전략이 최근 발표된 마당에 우리는 알파고의 손가락이 가리킨 달을 못 보고 알파고의 손가락만 쳐다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다.
이인아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