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최근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ㆍ한국감정원ㆍ지방자치단체 등 ‘서울지역 관계기관 합동조사’를 거쳐 통보받은 탈세 의심자료와 최근 고가아파트 취득자에 대한 자금 출처를 전수 분석해 탈루 혐의를 포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3일 밝혔다. 12ㆍ16 부동산 대책에 이어 정부 부처가 부동산 시장을 전방위 압박하는 모양새다.
1. 미성년자가 부모 돈으로 서울 강남의 20억 원대 아파트를 취득하면서 부모를 제외한 친인척 4명으로부터 자금을 분산 증여받은 것으로 허위 신고했다.
2. 20대 초반 직장인이 서울 한남동의 고급 빌라를 취득하면서 자금 80%를 어머니로부터 빌렸다고 허위 신고해 증여세를 탈루했다.
3. 식당을 운영하는 20대가 신고 소득이 적은데도 부산 해운대의 30억 원대 아파트를 취득, 확인 결과 사업 소득을 누락했다.
4. 서울 전역에 수십 채 주택을 가진 임대업자가 월세 증빙을 요구하지 않는 학생에게 주택을 임대하고 임대소득 전액을 누락했다.
5. 주택임대 법인이 가족·친인척·직원 등 10여 명의 이름을 빌려 수입 금액을 분산하고, 주택 임대소득 신고를 누락했다.
국세청이 관계기관 합동조사 결과를 분석했더니 탈세 의심자 531명의 주택 취득금액 5124억원 중 자기 자금이 1571억 원, 차입금(부채)이 3553억 원으로 나타났다. 차입금 비중이 69%에 달했다. 국세청은 부모 등 친인척 간 차입금에 대해 차입을 가장한 편법 증여에 해당하는지 따지고, 자력으로 원리금을 상환하는지 부채 전액을 상환할 때까지 검증할 계획이다. 특히 부모에게 빌린 돈의 경우 적정 이자(이자율 연 4.6%)를 지급하는지, 본인 소득은 부채를 갚는 데 쓰면서 생활비는 부모가 지출하는지까지 촘촘히 따지기로 했다.
앞서 국세청은 2017년 8월 이후 부동산ㆍ금융자산 등 변칙증여 혐의에 대해 8차례에 걸쳐 2452명을 조사, 탈루세액 4398억 원을 추징했다. 향후엔 고가 주택 취득자뿐 아니라 차상위 가격 주택 취득자와 지방 과열지역에 대한 분석을 확대할 계획이다.
노정석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아파트 취득 과정에서 불법 거래 가능성이 커졌다”며 “고가 주택 취득자의 자금 출처를 전수 분석하고 탈루 혐의자는 예외 없이 세무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