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단소는 낮게 들고 입 모양은 ‘오’ 아니고 ‘에’ 청아한 소리 내는 비결이죠

중앙일보

입력 2019.12.23 11:53

수정 2019.12.2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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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노효은 학생기자, 이정인 교사, 이지민 학생기자가 바른 자세로 단소를 불고 있다.

단소를 보며 고민했던 경험 있나요. 교육과정에 따라 초등학교부터 배우는 단소 때문에 막막했던 친구들을 돕는 현직 교사가 있어 소중이 만났습니다. 단소로 교과서 속 음악을 연주하는 영상, 연습법 등을 지난 2017년 11월부터 유튜브 '피리토끼TV' 채널에 업로드하는 이른바 '쌤튜버(선생님+유튜버)' 이정인 교사죠. 그는 단소 소리가 안 나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 입술 위치를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는 친구들을 위한 설명 등을 4~14분 정도 영상에 담아 구독자와 공유해요. "저만의 방법 등을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하려던 건데 학생들이 많이 찾고 있어 즐겁고 놀랍습니다." 단소 소리를 곧잘 내지만 안 날 때도 있어 답답하다는 노효은 학생기자, 한 번도 단소로 소리를 낸 적 없어 어렵다는 이지민 학생기자가 각각 단소를 들고 서울 북가좌초등학교로 그를 만나러 갔습니다.

 

노 학생기자, 이 교사, 이 학생기자가 단소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입으로 막으면 소리가 잘 안 나요. 막지 말고 불어 보세요." 단소 소리가 안 난다는 이지민 학생기자에게 이 교사가 첫 조언을 건넸습니다. 거짓말처럼 소리가 났죠. "뭐야, 집에서는 한 번도 난 적 없어요."(지민) "저는 나다, 안 나다 해요. 지금 잘 나네요."(효은) 이 교사에 따르면, 입 모양은 '에' 하는 자세를 유지한 후 단소 구멍에서 손을 다 뗍니다. 첫소리를 내려면 필요한 자세라는 거예요. "지민 학생이 입 모양을 '오' 하는 습관이 있네요. 제가 소리 나게 도울게요." 신뢰가 생기는 발언을 들은 지민 학생기자는 단소 소리 내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오' 하는 입술 모양을 '에'로 바꾸는 데 온 힘을 다했죠. "입술이 말리면 안 돼요. '김치' 할 때의 '치' 하는 느낌으로 '오'를 피하려고 노력해 보세요." 지민 학생기자의 단소 소리가 나다 안 나다를 반복하자 이 교사는 거울을 준비했습니다. "거울을 보고 연습하면 스스로 입 모양을 확인할 수 있죠. 말로만 듣거나 생각만 하는 것보다 거울을 보고 연습하는 습관을 들이는 거예요."

‘쌤튜버’ 피리토끼를 만나다

노 학생기자가 이 교사에게 올바르게 단소를 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면 낮은음부터 연습해요. 단소를 든 각도를 낮추고요. "그렇죠. 살살 불면서 단소를 낮게 들면 음을 내기 좋습니다." 음을 맞출 때도 입 모양을 계속 유의해야 합니다. '에' 모양을 유지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거울을 보고 자신의 입술 모양을 기억하는 게 좋죠. "감각만으로 기억하는 건 어려우니까요. 거울을 보고 소리내기에 성공했던 입 모양을 시각적으로도 기억하는 게 낫죠." 이 교사는 바르지 않은 자세, 바른 자세 등도 직접 선보였습니다. "학생들이 단소를 입술 앞 일직선으로 들고 엉망으로 불 때가 있어요. 바른 자세는 단소를 낮춰 부는 거예요." 이 교사는 입 모양도 선보였죠. "'에' 모양을 유지해야 바른 태도예요. 바르지 않은 자세 유형은요. 입 안에 공기를 모아 불거나 입 안에 단소를 넣고 부는 학생이 있는 등 다양해요. 소리 내는 게 어려우니 다양한 입 모양을 시도하는 건데요. 잘됐을 때의 자기 모습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성공했던 경험이 없어 그런 거죠."
 

이 학생기자가 이 교사의 조언에 따라 거울을 보고 올바른 입 모양을 익히고 있다.

이 교사에 따르면, 단소를 불 때 50%는 바람이 나가고 50%는 바람이 들어가 악기 안에서 마찰이 일어나 소리가 납니다. 입술로 입구를 완전히 막으면 공기 마찰이 하나도 일어날 수 없으니 소리가 안 나는 겁니다. 입으로 좁은 면적에 날카롭게 바람을 불어 넣어 소리가 날 수 있게 도와야 해요. 부는 바람의 양이 같아도 입술로 공기가 들어가는 구멍을 엉뚱하게 좁히거나 넓히면 소리가 안 날 수밖에 없죠. 바람의 힘은 좋아도 단소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으로 다 새는 경우도 있습니다. "'에' 한 상태로 맞춘 후 최대한 효율적으로 내야 머리도 안 아프고 힘들지 않겠죠. 45도 각도 정도로 불면서 기본자세서 소리 내는 걸 시작해야 하죠." 이지민 학생기자가 이 교사의 지도에 따라 곧잘 소리를 냈죠. 이 교사는 조언을 더했습니다. "선생님 앞에서는 기억이 나니까 소리가 날 거예요. 집에 가면 소리가 안 날 거예요. 그러니 반드시 지금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고 그 상태로 불어야 해요. 입 모양, 단소 각도, 단소를 입 정중앙에 두는 것 등 세 가지를 기억해야 해요."
 

이 교사가 이 학생기자(오른쪽)에게 단소를 올바르게 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단소 평가 기준은 어떨까요. "성취 기준이 있어요. '아리랑'을 처음부터 끝까지 틀리지 않고 불어야 해요. 하지만 저는 소리만 나면 'A'를 줬던 기억이 나네요. 소리를 내는 것부터 어려운 악기라서요. 소리가 나는 상태로 끝까지 불면 A를 주는 거죠." 이 교사는 플루트를 좋아했던 학생입니다. 전공으로 공부한 건 아니지만 좋아하는 악기의 유형이 비슷했죠. 단소도 그래서 시작했고요. 이 교사는 가수 아이유의 노래 '밤편지', 'BBIBBI(삐삐)', 'Lovepoem(러프포엠·사랑시)', AKMU(악뮤·전신 악동뮤지션)의 노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장범준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 향이 느껴진 거야', 방탄소년단(BTS)의 'Boy with Luv(작은 것들을 위한 시)', 'Answer: Lovemyself(스스로를 사랑하라)' 등 인기 노래 악보를 단소로 연주할 수 있게 바꿔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다 들으면서 받아 씁니다. 한 소절 듣고 멈춘 후 쓰고요. 반복 작업이죠. 취미생활 일환인 셈입니다."


(왼쪽부터)노 학생기자, 이 교사, 이 학생기자가 바른 자세로 단소를 불어 보였다.

설명을 들으며 곁에서 계속 단소를 불던 지민 학생기자가 청아한 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효은 학생기자가 박수를 쳤죠. "제 단소는 만원이에요. 문구점에서 값이 있는 단소를 구매해야 좋다고 해서 샀죠."(효은) 지민 학생기자의 단소는 그보다는 저렴했죠. 학생들의 대화를 듣던 이 교사가 입을 열었습니다. "단소 가격대는 다양해요. 3000원부터 시작하고요. 고가로 갈수록 입구에 튀어나온 부분인 '돌기'가 있는 단소가 있어요. 돌기가 소리를 내는 걸 돕는 역할을 하죠. 저는 단소 악기 그 자체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대로 소리를 내는 연습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가격에 구애받지 말고 어떤 단소든 연습하다 보면 좋은 소리가 난다고 조언하고 싶네요. 나무 재질 단소는 잘 안 울려 학생들에게 소리내기 어려울 뿐 플라스틱 재질 단소는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죠. 나무 재질은 복식 호흡을 해야 아름다운 소리가 나거든요."
 

이정인 교사가 단소로 소리를 내는 바른 입 모양을 선보였다.

[소년중앙]

이 교사가 사용하는 단소는 뭘까요. "저는 그냥 있는 거로 해요. 학생들도 플라스틱용 단소를 사용하니까요. 저도 같은 단소를 쓰면서 좋은 소리를 내면 아이들이 '저렇게 할 수 있는 악기구나' 하고 깨달을 거니까요."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달까요. 실제 이 교사 옆에서 단소를 불던 학생들은 단소를 바꿔 불어도 소리를 청아하게 냈죠. 돌기의 유무와 관계없이 소리를 곧잘 내던 학생들은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소리도 잘 나니 이제는 운지법을 배울까요. "'중임무황태' 운지법을 연습해 보죠. '태'부터 시작할게요. 구멍 하나도 막지 말고 그냥 악기를 들고 소리를 내는 거예요." 양옆에 앉은 학생기자단도 곧잘 따라 했습니다. "뒤에 손을 완벽하게 떼지는 말아요. 다음 운지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소리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은 운지법부터 기억하고 계속 소리 내는 연습을 하면 됩니다. "소리가 계속 안 나는 학생이 있으면 끝까지 낼 수 있게 돕습니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소리 내지 못하는 거니까 앞서 언급한 입 모양, 각도, 입술 위치에 유의하면서 각자 자신의 문제점이 뭔지 보고 개선점을 찾길 바라요."

이정인 교사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학생들에게 단소 등 악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정인 교사가 알려 주는 방탄소년단(BTS) 'I'm fine(난 괜찮아)' 플라스틱 단소용 악보 (굵은 글귀=높은음, 높은음을 내려면 더 세게 불어 보세요. 남=●●○●○)

[소년중앙]

소중 친구들도 따라 해 보고 소중 홈페이지(sojoong.joins.com) '자유게시판'에 단소 부는 자신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공유해 보세요.
 
무태중임~중임~무임~

임중태황태-황 태중태황

~중 임~임중태 황태 황태 X 2
 
태-황무무 무~무~무

황태태황무 무~태~황

태~황무무 무~무~임중

무 무~ 태~ 황~ X 2

 
남~임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노효은(경기도 와석초 6) 학생기자
이번 취재를 통해 단소와 더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단소를 불 때 소리가 나긴 했지만, 바람 소리 반, 단소 소리 반 이렇게 애매하게 났었어요. 하지만 선생님께 단소의 소리가 나는 것은 바람을 불면 반은 바깥, 반은 단소로 들어가면서 단소 내부에서 움직이며 소리가 난다는 것을 들었을 때 대충 어떤 느낌으로 불어야 하는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어요. 선생님께 배운 팁은 첫째, 거울을 보며 자세를 수시로 교정하기. 둘째, 각도를 바꿔가며 음이 나오는 각도를 찾는 거였어요. 단소를 잘 불지 못하는 친구에게도 전해주니까 단소를 불 수 있게 됐죠. 선생님 말씀대로 거울을 보며 입 모양을 고정해도 여전히 소리가 나지 않았어요. 이 고민을 선생님께 말씀드려 보니, 선생님은 단소의 음을 바꿀 때 각도가 바뀌어서 그렇다고 말씀하시고, 자세를 교정해 주셨어요. 선생님의 말씀대로 해보니 정말 소리가 나 신기했었어요. 평소에는 학교에서 단소를 하자고 하면 자신이 없어서 별로 좋아하진 않는 편이었어요. 이번 취재로 단소가 조금이나마 쉽게 느껴져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지민(서울 내발산초 5) 학생기자
저에게 단소는 너무 어려웠습니다. 학교 시험 때문에 교실 앞에 나가 단소를 불어야 할 때면 늘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아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정도였어요. 너무 속상해서 친구들이 알려주는 대로 테이프도 붙여 보고 입술을 침에 흠뻑 적시는 등 여러 방법들을 많이 시도해 봤지만, 단소는 저에게 아무런 희망을 주지 않았습니다.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대로 입 모양을 '에' 로 하고 단소를 45도로 하니까 단소 소리가 신기할 정도로 굉장히 맑고 청아하게 나와서 옆에 계신 기자님께서 농담으로 '단소 신동'으로 말씀하실 정도였죠. 아직 잘 부는 건 아니지만 소리가 깨끗하고 청아하게 나니까 벌써부터 단소에 흥미가 생기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집에서도 시간 나는 대로 매일 열심히 연습해 보려고요. 어렵기만 하던 단소와 친해질 수 있게 해주신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노효은(경기도 와석초 6)·이지민(서울 내발산초 5)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