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의 이런 완승은 예상 밖이다. 페더급 6위 정찬성은 당초 2위 브라이언 오르테가(28·미국)와 맞붙기로 했다. 그런데 최근 무릎 부상으로 오르테가의 출전이 무산됐고, 상대가 4위 에드가로 바뀌었다. 레슬링 강자 에드가는 주짓수가 주 무기인 오르테가와 스타일이 다르다. 2010년 라이트급 챔피언을 지낸 UFC의 레전드로, 큰 경기 경험도 많다. 전문가들은 순위는 두 계단 낮아도 오르테가보다 에드가를 더 까다로운 상대로 봤다. 정찬성은 대회 직전 상대가 바뀌는 변수 탓에 안방에서 경기한다는 것 빼고는 이점이 없어 보였다.
UFC 페더급서 에드가에 TKO승
계산된 플레이로 상대방을 압도
에디 차 코치 맞춤식 전략 주효
알바라신 코치 디테일 훈련 효과
정찬성이 두 코치를 찾게 된 건 지난해 11월 야이르 로드리게스(멕시코)한테 패하면서다. 정찬성은 주도권을 잡고도 경기 운영 미숙으로 KO패를 당했다. 정찬성은 “다잡은 경기를 놓치면서 처음으로 혼자 시합을 준비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선 도움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고 두 코치를 찾은 배경을 설명했다. 6월 헤나토 모이카노(브라질)를 TKO로 꺾은 정찬성은 이번 승리를 계기로 전성기를 맞았다. 정찬성은 “두 코치는 이름과 얼굴 정도만 알려져 있다. 내가 두 사람과 함께 훈련했는지는 격투기 마니아는 물론 전문가도 잘 모른다. 두 사람은 내게 보물 같은 존재”라고 소개했다.
상대가 에드가로 바뀐 건 미국 전지훈련 6주차 때였다. 당초 훈련 일정은 7주간이었다. 앞선 훈련은 헛수고가 됐다. 바뀐 상대를 대비할 시간은 일주일뿐이었다. 그때 알바라신이 나섰다. 미국 레슬링 국가대표(54㎏급) 출신인 그는 미국 전역에서 ‘가상의 에드가’인 레슬러 5명을 모았다. 5라운드(각 5분) 스파링에선 정찬성이 라운드마다 새로운 선수와 맞붙어야 했다. 정찬성은 “훈련 막바지에 알바라신 코치가 ‘이만하면 에드가는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는데, 자신감이 넘쳤다”고 말했다. 정찬성은 에드가의 두 차례 태클을 상체를 숙여 깔끔하게 막아냈고, 에디 차에게 배운 정확한 펀치를 두 차례 적중시켰다.
정찬성의 경기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가족애다. 정찬성은 2014년 박선영(35)씨와 결혼해 두 딸(은서, 민서)과 아들(정겸)을 뒀다. 부인 박씨는 전지훈련 내내 정찬성은 물론 코칭스태프 식사와 뒷정리까지 책임졌다. 정찬성은 “아내 덕분에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 항상 고맙다”며 “아이가 셋이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열심히 돈을 벌겠다. 다음 목표는 챔피언”이라고 말했다.
부산=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