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22일 ‘천안~논산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계획’을 발표했다. 통행료 인하율은 승용차는 최대 47.9%, 대형 화물차는 50.7%다. 충남 천안과 논산을 잇는 82㎞ 길이의 천안~논산 고속도로는 2002년 말 개통했다. 인천공항 고속도로에 이은 국내 두 번째 민자 도로이고 총 사업비는 1조5000억원이다. 통행료는 한국도로공사(도공)가 운영하는 재정고속도로(정부 재정이 투입된 고속도로)에 비해 2.1배가량 비쌌다.
승용차기준 전구간 9400→4900원
민자사업자 2032년까지 손실 1.5조
이미 28조 빚진 도공이 메워줘야
12년뒤 직접 운영해도 수익 못내
도공은 최근 요금 수납원을 자회사 정규직과 본사 직고용으로 전환하면서 연간 인건비 부담이 600억원 늘게 됐다. 도공 관계자는 “천안~논산 고속도로에 매년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하려면 추가 차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2032년 이후 도공이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직접 운영해도 회수할 수 있는 투자비는 원금과 이자만으로 제한돼 있다. 막대한 돈을 선투자하고도 수익률이 제로(0)인 셈이다. 국토부가 도공에 부담을 모두 떠안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시곤 대한교통학회장(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은 “민자 유치가 어려울 정도로 사업성이 적기 때문에 이를 공기업인 도공에 떠맡긴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런 식으로 공기업이 부실화되면 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대체도로가 명확하게 있는 민자 도로까지 모두 재정고속도로 수준으로 통행료를 낮추는 건 민자 사업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자칫 포퓰리즘 정책으로 비칠 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