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는 스마트폰의 핵심부품이다. 엄지손톱 크기의 이 작은 칩에는 스마트폰의 성능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기능이 꾹꾹 눌러 담겨있다. 중앙처리장치(CPU)는 물론 동영상과 사진 처리장치, 통신칩(모뎀) 까지 모두 포함돼 있다. 그만큼 AP를 만들기 위해서는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되고, 어떤 AP를 탑재했는가에 따라 스마트폰의 성능이 좌우된다.
독보적 1위, 앞서나가는 퀄컴
AP 시장에서 미국의 퀄컴사는 독보적이다. 시장조사업체인 스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모바일 AP시장에서 퀄컴은 39.6%의 점유율로 경쟁자들을 멀찍이 따돌렸다. 애플(19.9%)과 삼성전자(13.1%),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12.9%로 뒤를 이었다. 운영체제(OS)로 아이오에스(iOS)를 쓰는 애플을 제외하면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하는 스마트폰용 AP 시장은 퀄컴ㆍ삼성ㆍ화웨이 3파전 구도인 셈이다.
퀄컴은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하와이에서 2019 퀄컴 테크 서밋을 열고 차세대 AP인 ‘스냅드래곤 865’와 통합 칩(시스템온칩·SoC)인 ‘스냅드래곤 765’를 공개했다. 통합 칩은 기존 AP에 데이터를 주고받는 모뎀칩까지 결합한 형태다.
퀄컴에 따르면 스냅드래곤 865는 ▶최대 7.5Gbps의 5G 무선통신속도를 지원하며 ▶스냅드래곤 855 대비 25% 향상된 작업성능 ▶초당 15조 번의 연산이 가능한 5세대 AI 엔진 ▶초당 2기가픽셀을 처리할 수 있는 스펙트라 480 ISP(이미지처리장치)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같은 성능을 이유로 퀄컴 측은 “스냅드래곤 865는 지구 최고의 성능을 갖춘 괴물(Beast)”이라고 자신만만해 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앞다퉈 채택 의사를 밝히고 있다. ZTE와 소니, 모토로라 등이 손을 들었다. 삼성전자 역시 내년 초에 공개하는 갤럭시 S11에 자사의 AP 대신 스냅드래곤 865 채택을 고민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삼성전자는 “출시 전 제품의 스펙은 언급하지 않는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론 스냅드래곤 856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과 AI에 집중하는 삼성
선택과 집중이다. 경쟁력이 덜한 부분은 과감히 다른 업체로부터 기술을 빌리고 인공지능(AI)과 그래픽을 특화한 AP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미국 오스틴에 있는 모바일용 AP 개발팀을 해체했다. 그 대신 삼성전자는 신경망 처리장치(N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AP 성능이 상향 평준화하면서 AI 기능 등 다른 부분이 더 부각되자 방향을 튼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코어 개발에서 손은 뗐지만 NPU와 GPU 인력을 대거 늘렸다. 이를 통해 우수한 성능의 AP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 첫 시스템온칩(SoC), 화웨이의 역습
기린 990은 화웨이가 만드는 스마트폰 중에서도 보급형이 아닌 고급형인 메이트 30에 탑재했다. 화웨이는 중국 내수를 중심으로 유럽과 일본 시장 일부를 공략,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은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기업 규제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는 스마트폰을 3억대 넘게 팔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자체 AP 개발 왜 할까?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