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군사전문매체 밀리터리타임스가 지난 10월 23일부터 12월 2일까지 미 현역 군인 16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지지하지 않는다·unfavorable)가 49.9%로, 긍정평가(지지한다·favorable) 43.6%를 웃돈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매우 지지하지 않는다’가 45.1%, ‘지지하지 않는다’가 4.8%, ‘매우 지지한다’가 24.3%, ‘지지한다’가 17.3%, ‘중립이다’가 8.5%였다.
매체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군인 지지율은 퇴임 직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지율보다는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2017년 1월 밀리터리타임스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미군의 부정평가는 52%, 긍정평가는 36%로 집계됐다. 오바마 행정부의 미군 감축 정책, 이라크 전투부대 철수 움직임 등에 대한 군의 반감이 상당했다는 게 이 매체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군인 지지율은 2016년 당선 직후부터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2016년 취임 첫 여론조사에서 긍정평가 46.1%·부정평가 37%를 기록한 뒤 2017년에는 긍정평가 44.4%·부정평가 39.7%, 2018년에는 긍정평가 43.8%·부정평가 43.1%를 각각 기록했다. 올해 조사에서 처음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넘어서는 ‘데드 크로스’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매체는 이 같은 변화가 매티스 전 국방장관의 경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경질 이후 1년이 지난 지금도 군 구성원 86%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후임인 마크 에스퍼 장관의 지지율은 24%에 불과했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인종 간 지지율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전했다. 백인 군인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46%로, 부정평가 45%를 약간 웃돌았지만 유색 인종 군인에서 부정평가는 66%로 긍정평가를 압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결정에 대해서도 군인들은 부정적인 평가를 더 많이 내렸다. 시리아 철군에 대해선 58%가, 국경 장벽 건설에 국방비를 전용하는 데 대해선 59%가 각각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절반 이상은 현재 나토와 같은 동맹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poor)'고 평가했다. 한편 현재 미 의회에서 진행 중인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놓고선 찬성 47%, 반대 46%로 찬·반 의견이 엇비슷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부 대변인,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토안보부 대변인을 지낸 데이브 라판은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시리아 철군, 매티스 전 국방장관 경질 등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서 군인들이 그가 훌륭한 리더가 아니라는 징후를 보게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군과 일반 국민의 지지율이 비슷해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