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아일랜드 ③
대기실에는 ‘새로운 보라카이(New Boracay)의 금지사항’을 적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플라스틱은 안 돼(No)”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라”였다.
6개월 폐쇄, 새로 태어난 섬 르포
선착장 이용객 하루 6500명 제한
환경기준 미달 리조트 강제철거
빨대 등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
해변 덮던 파라솔·쓰레기 사라져
재개장한 지 1년이 된 보라카이 섬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먼저 ‘불라복 비치’로 향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섬 폐쇄를 지시하면서 “보라카이는 시궁창이다. 해변에서 20m 떨어진 곳에 쓰레기가 있고 물 속에서 똥 냄새가 난다”고 했던 바로 그곳이다.
바다에서는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해변에 누워 여유를 즐기는 관광객도 있었다. 섬 폐쇄 전까지 해변을 덮었던 녹조도 거의 사라졌다. “폐쇄 전까지만 해도 바람이 섬 쪽으로 불면 인상을 찌푸릴 정도로 해변에서 악취가 났었죠.” 여행 가이드와 다이빙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부건(39)씨의 설명이다.
보라카이에서 가장 유명한 화이트 비치 역시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해변을 뒤덮었던 파라솔은 사라지고, 쓰레기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해변 30m 안에는 어떤 시설도 설치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필리핀 정부가 보라카이가 섬을 폐쇄하면서까지 해결하려고 한 문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쓰레기와 하수다. 특히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이 수도인 마닐라의 3배가 넘을 정도였다. 바다로 오·폐수를 그대로 흘려보내다 보니 해변에선 썩은 냄새가 풍겼다.
보라카이는 섬 폐쇄 이후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벌였다. 섬 안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금지했고, 빨대도 종이나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만 쓰도록 했다. 또 섬 안에 있는 숙박시설에 대한 허가를 전부 취소하고 새 기준에 맞는 허가를 다시 받도록 했다. 환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일부 리조트는 강제 철거하기도 했다.
보라카이 재건관리 관계기관 협의회의(BIARMG)의 나티비다드 베르나르디노 회장은 “폐쇄 이전 보라카이는 환경적으로 악몽과 같았지만 꾸준한 노력 끝에 현재는 목표의 80% 수준까지 도달했다”면서 “내년 4월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재평가해 섬의 완전 개방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보라카이(필리핀)=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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