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환투표 대상자는 오천읍 지역구 시의원 3명 중 자유한국당 소속 박정호(48)·이나겸(52) 의원이다. 이들은 지난달 26일부터 직무가 정지돼 있는 상태다. 앞서 오천읍 지역민들로 구성된 ‘오천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SRF) 반대 어머니회’는 SRF 운영에 따른 악취와 오염물질 배출 등으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시의원들이 이를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주민소환을 추진했다. 오천읍 주민 8693명에게 주민소환 투표 동의서를 받으면서 주민소환 투표가 열리게 됐다.
박정호·이나겸 포항시의원 대상 주민소환투표 진행
유권자 3분의 1 이상 투표하면 개표…찬성표 집계
유효투표 총수 중 과반수 찬성이면 시의원직 상실
지난 13~14일 이틀간 열린 사전투표에는 오천읍 유권자 4만4028명 가운데 8.06%인 3547명 참여했다. 투표 개표 여부는 18일 오후 8시 이후 알 수 있고 선관위 측은 투표인명부에 대한 수작업을 거쳐 오후 9시쯤 공표할 예정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2016년 6월부터 포항철강산업단지가 위치한 남구 호동 4만5000㎡ 땅에 민자 826억원을 포함해 정부·시 예산 등 1534억원을 들여 SRF을 건립했다. SRF는 올해 2월부터 상업운영에 들어갔다. SRF는 주민이 배출하는 생활 쓰레기를 땅에 묻는 대신 고형연료로 가공한 뒤 850∼900도 열로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하지만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SRF 입지선정 과정에서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고, 굴뚝 높이가 낮아 대기역전현상에 따른 환경오염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이옥신과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악취가 난다는 점도 지적했다. 오천 SRF 반대 어머니회는 지난 7월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지선정부터 주민에게 제대로 된 설명회도 없었고 고도제한으로 지을 수 없는 곳에 지은 불법 건축물인 만큼 즉시 가동 중단하고 폐쇄, 이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포항시는 악취가 나지 않고 환경영향평가 결과 1년에 역전현상이 2번 발생한다는 신뢰할 수 없는 답변을 한다”며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하고 낮은 굴뚝 대안으로 내놓은 송풍기가 역전현상 발생 때에도 160m 이상 높이까지 연기를 올릴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포항시는 입지 선정 과정에서 타당성 조사, 입지선정위원회 구성, 주민설명회 등을 거쳤고 굴뚝 높이가 34m로 비교적 낮은 것은 인근 공항 고도제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풍기를 활용해 연기를 보내기 때문에 대기역전현상이 일어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포항시는 실제 3월부터 5월까지 굴뚝자동측정기기(TMS)로 대기오염물질 평균 배출농도를 측정한 결과 대기환경보전법 배출허용기준보다 적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한편 영남권에서 기초의원 주민소환 투표 사례는 영남권에서는 처음이다. 앞서 2007년 12월 화장장 건립 추진 문제로 경기 하남시의원 2명이 주민소환 투표를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 사례가 있다.
포항=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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