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봉산공원의 16%가 국·공유지인데다 청동기ㆍ조선시대 주거지로 추정되는 유적도 대량 발견돼 문화역사학적 가치도 큰 탓에 시민단체가 개발 소식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공원 부지에 아파트 단지가 개발되는 것은 내년 7월 도시공원일몰제로 일부가 공원에서 해제되기 때문이다. 공원일몰제란 도시관리 계획상 공원 용지로 지정돼 있지만 장기간 공원 조성 사업에 착수하지 못한 부지를 공원 용도에서 자동 해제하는 제도다. 사유지에 공원·학교·도로 등 도시계획시설을 지정하고 보상 없이 장기간 방치하는 것을 사유 재산권 침해로 볼 수 있다는 1999년 헌법재판소 판결이 근거다.
도시공원일몰제로 도시공원에서 해제되는 곳은 전국에 1766곳이다. 면적으로 따지면 363.3㎢다. 이 중 70%가 사유지에 해당된다. 지자체가 2020년까지 사유지를 사들여 공원으로 개발하지 않으면 공원 용도에서 자동으로 해제된다. 국·공유지의 경우 자동해제 시점에서 10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일몰제로 공원부지에서 해제되는 곳을 일부라도 살리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 민간공원특례사업이다. 해당 부지를 개발할 수 있게 하면서 일부를 공원으로 조성해 공공에 기부하는 것이다.
지난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민간공원특례사업 78개소를 통해 일몰제 대상 예정지 중 공원시설이 들어서는 곳은 전체의 10%에도 못 미치는 30.8㎢다. 여기에 지자체가 지방예산과 지방채 발행으로 조달한 비용을 투입해 매입하는 공원 부지 등을 포함하면 전체 363.3㎢ 중 실제 도시공원에서 풀리는 부지는 64㎢에 그칠 전망이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민간공원특례사업 등의 방안보다는 중앙정부가 나서서 예산을 마련해 사유지를 매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땅값 상승 등으로 향후 매입 비용이 늘어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더라도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 지고 있는데 도시 숲이 없어지면 더 심해질 수 있는 만큼 주민세나 국토부의 에너지국토환경세 등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중앙정부가 21㎢ 정도의 핵심부지만 매입해도 많은 갈등을 줄일 수 있다”며 “전국민의 90%가 도시에 거주하는 상황에서 도시공원은 미세먼지를 줄이고 기온을 낮추는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정부가 예산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