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도입한 멸종위기 소똥구리 200마리, 소똥 아닌 말똥으로 복원?

중앙일보

입력 2019.12.1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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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단 굴리는 소똥구리.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 야생동물Ⅱ급이자 1971년 이후 국내에서 공식적인 발견 기록이 없는 소똥구리. 생태계의 대표적 분해자로 알려진 이 소똥구리 증식·복원에 소똥이 아닌 말똥이 사용된다. 소똥구리는 가축의 분변을 빨리 분해해 생태계 순환을 돕고, 분변으로 인한 온실가스를 감소시킨다. 또한 분변 내 해충과 유해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 마사회 부산경남본부(본부장 정형석)와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 복원센터(센터장 최기형)는 최근 소똥구리 복원 사업에 은퇴한 경주마를 활용하기로 협약했다. 협약식에는 정형석 부경본부장, 최기형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 복원센터장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마사회와 국립생태원 최근 협약 맺고
퇴역 경주마를 소똥구리 복원에 활용키로
소똥구리는 축산업 변화로 70년대 멸종
지난 여름 도입한 몽골 소똥구리 동면중
내년 깨어나면 깨끗한 퇴역마 분변 공급

마사회는 내년 3월 심각한 부상으로 경주마로서의 활동이 불가능한 퇴역 경주마 1마리를 국립생태원에 우선 기증하고, 필요할 경우 기증을 더 늘릴 계획이다. 마사회에 따르면 국내에선 연간 경주마 3000여 마리가 활동하지만, 이 가운데 연평균 1400여 마리가 퇴역한다. 이 중 약 35% 정도만 승용마로 활용되고 나머지는 안락사 처리된다. 경주마는 6~7세면 경주마 역할이 끝나지만 25세까지 살 수 있어 마주 등이 퇴역마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똥구리 복원에 퇴역 경주마를 활용하기로 협약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와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 복원센터. [사진 한국마사회]

주로 소 배설물을 먹는 곤충으로 알려진 소똥구리 복원에 왜 퇴역 경주마의 말똥이 이용될까.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소똥구리는 말똥을 소똥만큼 잘 먹는다고 한다. 소와 말 같은 대형 초식동물의 분변을 먹이로 사용하면서 소똥구리 8~9마리가 일주일에 말똥 등을 1~2㎏까지 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1970년 이전까지 쉽게 볼 수 있었던 소똥구리는 소·말 방목이 감소하고 구충제·항생제 사용, 인공사료 보급 등 축산업 변화 때문에 멸종했다. 소똥구리와 유사하게 생긴 ‘애기뿔소똥구리’‘보라금풍뎅이’ 등이 국내에서 발견될 뿐이다. 
 
장금희 멸종위기종 복원센터 박사는 “소똥구리는 친환경적인 풀만 먹은 소와 말이 싼 분변을 먹고 사는데, 그런 소와 말이 없어 기증받은 퇴역마에게 친환경 풀만 먹여 소똥구리 복원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와 말에게 인공사료를 먹이면 분변이 묽어서 소똥구리가 분변을 굴려 동그란 경단을 만들 수 없고, 그 속에 알을 낳아 번식할 수 없다. 소똥구리는 경단 속에 알을 낳고 번식한다. 

소똥구리 성체. [사진 국립생태원]

국립생태원이 지난 7~8월 몽골에서 도입한 소똥구리 200마리는 지난 11월부터 동면에 들어갔다. 내년 4~5월 깨어난다. 이때를 대비해 퇴역 경주마 1마리에게 친환경적인 풀만 먹여 소똥구리에게 분변을 제공한다는 게 복원센터 계획이다. 소똥구리 수명은 2년 정도여서 동면에서 깨어나는 소똥구리는 도입한 200마리보다 적을 수 있다.   


 

정형석 마사회 부경본부장은 “이번 협약은 두 기관이 경주마 복지와 멸종위기종 복원에 상생 협력하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형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 복원센터장은 “퇴역 경주마를 활용한 소똥구리 복원사업은 환경정화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향후 자연환경 보전정책 수립에 일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