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음식점서 여군 부하 수십번 성추행한 50대 대령 구속기소

중앙일보

입력 2019.12.17 05:00

수정 2019.12.17 05:42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성추행 일러스트. [중앙포토]

20대 여군 부하를 자기 집무실에서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50대 대령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16일 육군 등에 따르면 군 검찰은 지난 3일 강제추행 혐의로 전북 모 부대장 출신 A대령을 구속기소 했다. A대령은 지난달 초 구속 전까지 약 석 달간 같은 부대 여군 부하 B씨를 본인 집무실과 음식점 등에서 억지로 껴안고 손을 잡은 혐의를 받고 있다.

육군, 전북 모 前부대장 재판 넘겨
석달간 업무 핑계로 추행 일삼아
밤에는 전화로 "사랑한다" 성희롱
"접대해라" 모욕 준 대위도 입건
피해자 측 "가해자 엄벌 원한다"
군 "법·규정에 의해 엄정히 조치"

A대령은 일과 시간에 업무 보고를 핑계로 B씨를 집무실로 불러 수십 차례에 걸쳐 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밤에는 B씨에게 전화로 '사랑한다' '좋아한다' 등 성희롱을 일삼았다고 한다.
 
앞서 B씨는 지난달 6일 상급 부대인 육군 모 사령부 법무실을 찾아 "A대령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냈다. 군은 사안이 무겁다고 보고 같은 날 A대령을 보직 해임했다. B씨에게는 12월까지 휴가를 줬다.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신속히 분리 조치했다"고 군은 설명했다.
 
군 검찰은 B씨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A대령을 구속했다. B씨는 피해자 조사 때 "성추행을 당할 때 한 번도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A대령은 혐의 대부분을 시인했다.


군 검찰은 B씨에게 술자리에서 A대령을 접대하라고 한 혐의(모욕)로 C대위도 지난달 말 불구속 입건 후 보직 해임했다. C대위는 회식 자리에서 B씨에게 "(A대령을) 접대해라" "술을 따르라"고 강요한 혐의다. 또 카카오톡 채팅을 통해 "접대는 접대답게" "선배가 만들어준 자리가 아니라면 니(네)가 (접대) 자리를 만들라"며 B씨에게 모욕감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군 검찰은 A대령의 추행 사실을 알고도 이를 방관하거나 부추긴 의혹을 받은 같은 부대 소속 간부 4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이 중 증거가 나온 C대위만 입건했다. 군 검찰은 이달 안에 당사자 간 조정 절차를 거쳐 C대위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군 내부에서는 "모욕 혐의는 양측이 합의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지만, 군은 기소 여부와 상관없이 C대위를 중징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현재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이고,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구체적인 기소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군은 재판 결과에 따라 법과 규정에 의해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B씨 측 고소 대리인 배연관 변호사(YK법률사무소)는 "군 내부에서는 범죄가 발생하더라도 상명하복 구조와 인적 관계가 좁은 조직의 특성상 피해자가 피해를 알리는 경우가 드물어 사건이 밖으로 드러나기 어렵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은 (상급 부대인) 육군 모 사령부 검찰부와 육군 법무병과에서 중요하게 다뤄 예상보다 신속하고 엄정히 처리됐다"고 말했다. 배 변호사는 "피해자는 가해자의 엄벌을 요구하고 있고, 현재로썬 합의할 의사도 전혀 없다"고 했다.
 
A대령의 1심 첫 공판은 오는 23일 열린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