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6일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엔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2017년 8·2 대책, 2018년 9·13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크게 조였는데도 최근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자, 수요 억제를 위해 고강도 대출 규제를 내놨다.
14억원 주택 대출한도 5.6억→4.6억원
다른 조치와 달리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금지가 17일 곧바로 시행된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미 대출신청 했거나 계약한 건 제외되고 17일 이후 새로 매매계약하거나 새로 대출을 신청한 건부터 적용”이라며 “(은행 창구의) 혼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예정이었던 소비자들은 자신이 규제 대상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LTV는 23일부터 강화한다. 현재 40%인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LTV 상한을 주택가격 구간을 나눠 9억원 이하분엔 LTV 40%를, 9억원 초과분엔 20%를 적용하기로 했다. 만약 14억원짜리 주택이라면 지금은 집값의 40%인 5억6000만원까지 대출이 되지만 앞으로는 4억6000억원(9억원의 40%+5억원의 20%)으로 한도가 크게 줄어든다.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도 함께 도입된다.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신용대출로 쏠리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서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넘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 받은 경우엔 해당 차주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은행권은 40%, 비은행권은 60%로 제한된다. 그동안은 DSR 40%를 초과해도 상환능력이 있음을 확인하면 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막히게 된다.
직접 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 받기란 거의 불가능해진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1주택세대가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기간을 기존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1년 안에 전입까지 해야 한다는 조건을 추가했다. 무주택자인 경우에도 고가주택을 구입하면 기존엔 2년 내 전입하면 됐지만 이제 1년 내 전입해야 한다. 고가 주택의 기준도 공시가격 9억원(시가로 약 13억원)에서 시가 9억원으로 낮췄다.
서울보증보험도 전세대출보증 강화
대출규제 관련 주요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이 완전히 금지되나.
- "주택구입목적인 경우엔 아예 금지된다. 가계의 경우 생활안정자금 명목으로는 연간 1억원 한도 이내에서 대출 받을 수 있다. 사업자라면 사업운영자금 마련 목적 주담대는 기존 LTV 규제범위(투기지역 40%)로 받을 수 있다."
- 재건축·재개발 주택에 대한 예외가 있나.
-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제한은 재개발·재건축 주택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일정 조건을 추진하는 조합원에는 예외를 둔다. 1주택세대주이면서 사업추진(조합설립인가) 전까지 1년 이상 실거주한 경우가 예외 대상이다."
- 9억원 초과주택에 대한 LTV 강화로 대출한도가 얼마나 줄어드나.
- "금융위원회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의 시가 15억원짜리 주택이라면 대출한도가 6억원에서 4억8000만원으로 줄어든다. LTV 규제비율이 40%에서 32%로 낮아지는 셈이다. 주택가격이 12억원이라면 4억8000만원에서 4억2000만원으로 한도가 줄어든다(LTV 규제비율 40→35%)."
- 기존에도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있는데 DSR까지 개별적용하는 건 왜인가.
- "DTI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액만 따지지만 DSR은 소득 대비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이 얼마인지를 따진다. 따라서 DSR을 개별 차주에까지 적용하면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대출을 끌어써서 주택구입에 활용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 DSR 관리강화로 실제 대출이 얼마나 줄어드나.
- "차주마다 효과는 다르다. 만약 연소득이 1억원이고 신용대출을 1억5000만원 보유했다면, DTI 40%만 적용하면 현재는 총 7억1000만원(신용 1억5000만원, 주담대 5억6000만원)의 대출이 가능하지만, DSR 40%를 상한으로 두면 4억7000만원(신용 1억5000만원, 주담대 3억2000만원)까지만 빌릴 수 있다. 대출한도가 3분의 2로 줄어드는 효과다."
한애란·정용환 기자 aeyan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