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5일 서울에 도착했다. 비건 대표는 17일까지 2박 3일간 한국에 머물며 판문점 등에서 북측과 접촉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한은 비건 대표 방한에 맞춰 13일 서해 위성발사장(평안북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진행하며 대미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당국은 장거리 로켓 발사를 위한 엔진 연소시험을 지난 7일에 이어 또 한 차례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 비건 대표 방한 맞춰 동창리 '중대한 시험' 압박
북·미 판문점 접촉 여부가 한반도 정세 분수령 될 듯
북한, ‘대화냐, 대결이냐’ 양자택일 압박
마지막 ‘반전’ 마련될까
비건 대표는 16일부터 일정에 본격 돌입한다. 이날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을 예방하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약식회견을 연다. 이 자리에서 대북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예방한다. 비건 대표는 17일 오후 일본으로 출국 예정인데 판문점 등에서 북측과 접촉한다면 16일 늦은 오후와 17일 오전 사이에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례적으로 만 하루의 시간 여유가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건 대표를 급파한 건 북한과 대화하려는 데 주안점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비건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북측에 전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북한 입장에서도 ‘연말 시한’을 앞두고 비건 대표의 방한은 북한 앞마당에서 미측을 대면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외교가에선 박 총참모장의 담화에서 “우리를 자극하는 그 어떤 언행도 삼가해야 년말(연말)을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거꾸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 연말을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돼서다. 일각에선 지난해 연말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외교’로 북·미 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 것처럼 이번에도 '친서'가 오가면서 실무협상 재개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의 한 대북 소식통은 “지난 10월 초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북한은 제재 완화 등 구체적인 비핵화 상응 조치를 기대했는데 미국은 북한의 ‘밝은 미래’란 두루뭉술한 대가를 거론해 협상이 깨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이 이번에 진전된 상응 조치를 제시하지 않는 한 북·미 접촉이 성사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환 교수는 “북·미가 연내 한번은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면서도 "북한은 북·미 접촉이 여의치 않거나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예고대로 노동당 정치국 전원회의를 열어 ‘새로운 길’을 천명하고 이후 인공위성 발사 또는 ICBM 도발 수순으로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민정·이유정 기자 baek.minjeong@joo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