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 KT 건물 앞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장소는 주한 미국대사관 외벽으로 부터 약 70m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10일 국민주권연대와 청년당이 해리스 대사를 겨냥해 ‘참수 경연 대회’를 하겠다고 알리면서 외국 공관 보호와 명예훼손 등에 대한 우려가 나왔으나, 경찰의 제지로 소동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이들은 ‘참수 경연’이라는 단어를 내걸었지만, 내용은 해리스 대사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 사실상 ‘드립(애드리브) 경연’에 가까웠다. 사전에 페이스북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공모한 참가자들은 미리 준비한 소품을 활용해 해리스 대사를 풍자했다.
#해리스 콧털 뽑는 ‘왁싱’
이들은 해리스 대사 사진에 금발 콧털을 붙인 판넬을 준비해 콧털을 하나씩 뜯었다. 털을 하나씩 뜯을 때 마다 환호가 이어졌다.
#'묵사발' 만들기
“해리스 대사는 한국을 ATM 기계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방위비 분담금 5배 넘게 증액요구하는 것에 분노합니다. 방위비를 한국과 상관 없는 곳에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있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담아 묵사발을 만들어보겠습니다.” (참가자 B씨)
이들은 해리스 대사의 얼굴 팻말을 세워둔 도토리묵과 두부를 손으로 내리쳐 으깨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참가자 30여명은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 즉각 중단하라”, “식민지 총독 행세 해리스를 추방하라”, “주한미군 필요 없다 지금 당장 철수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김정은 참수하라” 바로 옆에서 보수 단체 확성기 시위
한 보수 단체 회원은 확성기에 “반미를 외치며 왜 미국 회사가 만든 아이폰과 맥북을 쓰냐”, “나이키 운동화는 왜 신냐”고 외치기도 했다.
앞서 친북 성향의 진보단체 국민주권연대와 청년당은 미 대사관 앞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 참수 대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집회ㆍ시위 신고서를 냈다. 경찰은 ‘참수’ ‘교수형’ 등의 퍼포먼스가 협박과 모욕성 표현에 해당해 외국 공관 보호 의무를 규정한 국제 협약을 위반하고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판단해 주최측에 집회 제한 통고를 했다. 이날 집회는 경찰의 제한 통고를 지키며 진행됐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