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국 경제는
이근 교수는 “세계 경제의 오리무중 속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수출 증가율의 감소, 각종 투자의 정체 및 감소, 성장 없이 일부 고용지표만 개선되는 ‘성장 없는 고용’ 등을 맞닥뜨리며 고군분투할 것”이라며 “미·중 경제협상 타결, 이에 따른 수출 회복, 5G 혁신에 따른 반도체 업황 회복 등이 이뤄진다면 내년 상반기까지 침체를 겪은 후 하반기부터 조금씩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책 2.2~2.3% vs 민간 1.6~1.9%
대외 불확실성 속 성장 전망 갈려
핵심 키워드 ‘오리무중·고군분투’
학자들 “미·중 갈등 해소 땐 회복”
예전과 달리 최근 주요 지표에서 긍정·부정 신호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경기 바닥론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최근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횡보하고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 심리지표가 반등했다”면서 “대외 부문이 갑작스럽게 나빠지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지금 저점 근방에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대외 불확실성이다. 내년 세계 경제 전체는 성장하지만,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미국(OECD 전망. 올해 2.3%→내년 2%)과 중국(6.2%→5.7%)은 성장세가 동반 둔화한다. 우리 수출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미·중이 부진하면 한국 경제의 회복도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 수 있다. 반도체 경기의 반등 예상시점도 조금씩 늦춰지면서 수정되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갈등, 브렉시트 등의 리스크도 여전하다.
국제기구와 정부·유관기관의 전망은 본래 목표치에 가까운 데다, 경기침체기에는 경제 심리 위축을 더욱 의식할 수밖에 없다. 반면 민간기관이 내는 수치는 기업의 사업계획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좀 더 현실적이다. 양측에서 내년 성장률을 두고 ‘동상이몽’(同床異夢)이 나타나는 이유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2.3%의 성장률을 전망한 한국은행 등의 경제전망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희망치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민간연구소 “기저효과 착시 … 경기 끌어올릴 한방 없다”
성장률뿐만 아니라, 원·달러 환율, 물가 등 주요 지표에 대한 전망도 주요 기관마다 엇갈리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연구기관장·투자은행 전문가 간담회에서 “대내외 여건 불확실성과 잠재적 리스크 요인을 감안하면 내년 경제 회복의 정도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지표의 수치보다는 우리 경제의 방향성과 흐름에 더 주목하고 있다. 내년 경기가 개선돼라도 경기저점을 찍은 후 반등하는 ‘V자형’·‘U자형’보다 침체가 계속 이어지는 ‘L자형’에 가까운 흐름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생산가능 인구 감소 추세에 따라 잠재성장률이 구조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상승률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세금을 쏟아부은 정부 지출을 제외하면 경기를 끌어올릴 만한 확실한 ‘한방’을 찾기 힘들다. 결국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저성장·저물가 기조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인실(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한국경제학회장은 “2년 정도의 경기변동 주기를 감안해 타이밍상 경기 바닥론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며 “내년 경제 지표가 다소 나아지더라도 이는 부진이 길어지면서 나타나는 기저효과 측면이 크기 때문에 (경기 바닥을) 섣불리 판단해선 곤란하다”라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계속 마이너스라는 점에서 사실상 수요 부진에 따른 디플레이션이 진행 중인 것으로 봐야 한다”며 “선제적인 통화·재정정책과 함께 적극적인 구조개선 노력이 병행돼야 L자형 흐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손해용 경제에디터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