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 국내 경제 석학 43명은 최근 내년 한국 경제를 둘러싼 핵심 키워드로 이 두 단어를 제시했다. 지난해 이들은 올해를 전망하며 ‘내우외환’(內憂外患)을 키워드로 제시했는데, 그나마 이보다는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의 정도가 덜하다.
이근 교수는 “내년 한국경제는 올해보다는 나아지겠지만, 내우외환의 여파가 이어질 예상”이라며 “세계 경제의 오리무중 속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수출 증가율의 감소, 각종 투자의 정체 및 감소, 성장 없이 일부 고용지표만 개선되는 ‘성장 없는 고용’ 을 맞닥뜨리며 고군분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중국 간 경제협상 타결, 이에 따른 수출 회복, 5G 혁신에 따른 반도체 업계 회복 등의 전제가 받쳐준다면 한국 경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침체를 겪은 후 하반기부터 조금씩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주요 국책연구기관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의 시각도 비슷하다. 이들은 한국경제가 내년 2.2~2.3%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 성장률 달성이 어려운 올해보다는 낫지만, 완연한 회복이라고 판단하기는 힘든 수치다. 구체적으로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산업연구원·OECD는 2.3% 금융연구원·IMF는 2.2% 등이다.
우선 한국의 성장동력인 수출은 올해 전년 대비 ‘마이너스’ 행진에서 벗어나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수출이 올해 대비 2.5% 증가할 것으로 봤다. 올해 내내 부진했기 때문에 생기는 기저효과에 세계 경제 둔화세가 진정되고 반도체 시장도 개선된다는 게 근거다. 다만 수입 증가율이 3.3%로 더 늘다 보니 무역수지의 경우 흑자 규모가 387억 달러로 올해보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 규모 역시 수출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2018년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다.
"내년 2.3% 성장"…솔솔 나오는 '경기 바닥론'
OECD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하회하고 있고 경제 활동이 활력을 잃으면서 내년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투자는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보이며,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등을 통해 고용증가세가 유지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부정 일변도였던 예전과 달리 최근 주요 지표에서 긍정·부정 신호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경기 바닥론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김성태 KDI 경제전망실장은 "최근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횡보하고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 심리지표가 반등했다"면서 "대외 부문이 갑작스럽게 나빠지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지금 저점 근방에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서는 내년 1%대 성장률…민관 '동상이몽'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 경제가 다시 회복세를 탈 가능성이 높지만, 중국·인도 성장세 둔화에 수출이 다시 부진해지거나 기업 투자가 늘지 못할 경우 더블딥에 빠질 수도 있다"며 "한국 경제는 2013년에서 2015년 상반기 사이 경기가 잠시 회복 흐름을 보이다 다시 가라앉는 더블딥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국제기구와 정부·유관기관의 전망은 본래 목표치에 가까운 데다, 경기침체기에는 경제 심리 위축을 더욱 의식할 수밖에 없다. 반면 민간기관들이 내는 수치는 기업의 사업계획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좀 더 부정적인 편이다. 양측에서 내년 성장률을 두고 ‘동상이몽’(同床異夢)이 나타나는 이유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2.3%의 성장률을 전망한 한국은행 등의 경제전망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희망치로 보인다”라며 “세계 경기와 수출이 부진하고, 생산과 소득이 감소하는 점을 고려하면 민간소비 및 설비투자 증가율이 낙관적인 수치가 아닌가 싶다”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내년 한국 경제가 각종 대외 변수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양새가 예상되다 보니 성장률뿐만 아니라, 내년 원·달러 환율, 물가 등 주요 지표에 대한 전망도 주요 기관마다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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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용 경제에디터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