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지리뿐 아니라 벤츠, BMW, 도요타 등 글로벌 선두 기업들이 승차공유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를 내다본 투자다. 자율주행이 현실화될 때를 가정해 보자. 출근 뒤부터 퇴근 시간까지 자동차를 온종일 회사 주차장에 세워 둘 필요가 없다. AI(인공지능) 자동차는 스스로 ‘알아서’ 집으로 돌아가 다른 가족을 위해 봉사하거나, 부르면 언제 어디든 달려가는 조조로 변신해 ‘승차공유 알바’를 한다. 그러니 지금과 같은 형태의 택시는 업종 자체가 사라질 운명이다.
법이 현실 못따르는 변화의 시대
왜 정치가 혁신의 싹을 자르나
사회주의 중국도 규제 없애는데…
중국에서도 불법 논란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신종 산업의 진화과정을 묵묵히 지켜보던 중국 교통운수부는 2015년 ‘인터넷 예약 택시’란 이름의 업종을 신설하고 관련 법규를 만들어 승차공유 서비스를 합법화했다. 시장경제를 도입했다고는 해도 여전히 중국 체제의 근간은 사회주의다. 개인의 일상생활에서 기업활동에 이르기까지 유무형의 규제와 통제가 촘촘하다. 그런데도 신(新)산업이나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다. 그 이유를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발언에서 읽을 수 있다. “우리의 기지(旣知)는 미지(未知)보다 훨씬 적다. 새로운 업종, 새로운 모델에 간섭해 죽일 수는 없다. 포용이야말로 새로운 사물에 대한 원칙이다. 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능히 고쳐 나갈 수 있다.” 어설픈 규제를 들이대 혁신의 싹을 자를 수 없다는 위정자들의 확고한 철학이 중국을 유니콘 기업이 즐비한 나라로 만들었다.
한국은 어떤가. “19세기 말 영국에 ‘붉은 깃발법’이 있었다. 자동차 속도를 마차 속도에 맞추려고 자동차 앞에서 사람이 붉은 깃발을 흔들었다. 증기자동차가 전성기를 맞고 있었는데, 영국은 마차업자들을 보호하려고 이 법을 만들었다. 결국 영국이 시작한 자동차산업은 독일과 미국에 뒤처지고 말았다.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은 속도와 타이밍이 생명이다.” 지난해 8월 이렇게 말한 사람은 이재웅 쏘카 대표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다. 지금 우리 눈앞에 벌어지는 일들은 대통령 발언과는 정반대의 방향이다. 타다는 검찰에 의해 위법으로 규정되고 경영자들이 기소됐다.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틈도 없이 이번에는 정치권이 나서 ‘타다 금지법’이라 불리는 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만들고 국회 상임위를 통과시켰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고 있다. 변화의 시기에는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이미 알고 있는 것(旣知)를 토대로 만들어진 법으로는 아직 우리가 온전히 알지 못하는(未知) 변화와 혁신을 재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말들이 투표권을 가지고 있었다면 자동차는 없었을 것”이란 토머스 프리드먼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새로운 산업, 새로운 서비스가 출현했다면 그에 맞춰 법을 고치거나 새로운 조항을 만들어 합법적인 공간을 열어주는 게 정치가 해야 할 일 아니던가. 타다 금지법은 정치의 역할을 거꾸로 수행하는 것이다.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한국 정부, 한국 국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말들에게 투표권을 주자는 발상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예영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