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에게 추천
독특한 설정의 애니메이션이 궁금하다면
영화적 사운드에 관심이 많다면
이런 사람에겐 비추천
우울하고 기괴해
무거운 주제가 싫다면
#잘린 손이 찾아가는 곳은?
첫 장면부터 기괴하고 긴장감이 가득한데, 잘린 손이 해부학실을 탈출하기 위한 과정은 아슬아슬 쪼임의 연속이다. 사실 아무리 애니메이션이더라도 손목 부분이 절단된 손이 마치 소라게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은 낯설고 섬뜩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연민의 마음이 들면서 손의 여정을 응원하게 된다.
잘린 손은 마치 자신이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는 듯이 거침없이 파리 도심을 가로지른다. 새와 쥐, 벌레 등의 장애물이 번번이 앞을 막는 등 ‘생존’의 위기가 닥쳐도 본능적으로 해결한다. 육체와 분리된 손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지만 꽤 똑똑하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게 인상적. 특히 시각장애인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아기가 손가락을 잡는 장면에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긴장감, 안락함, 공포, 슬픔 등 잘린 손을 통해서도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잘린 손이 기억하는 삶
스스로를 불행 속에 밀어 넣은 채 살던 나우펠은 우연히 피자 배달을 간 곳에서 인터폰으로 도서관 사서 가브리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잘린 손이 나우펠을 찾는 여정을 하듯이 나우펠은 가브리엘을 찾아 나선다. 이후 가브리엘을 직접 만나게 된 나우펠은 꺼져가던 인생에 작은 희망을 찾기 시작한다.
#삶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나우펠은 알고 있다. 어릴 적 아버지가 해주신 말처럼 “뭐든 맘대로 안되는 게 인생”이라는 걸. 삶은 예측 불가하다는 걸 깨달은 나우펠은 다시 인생을 시작할 용기를 낸다.
이제 잘린 손은 나우펠의 ‘과거’가 됐다. 더는 붙잡고 있을 이유도 필요도 없다. 그제야 나우펠을 향해 움직이던 손은 조용히 그의 곁에서 물러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나우펠은 부모님이 사고당하던 그날 녹음한 테이프를 새로운 사운드로 덮어버린다. 옥상에 올라가 발판을 딛고 크레인 위로 점프하는 소리로. 앞으로 상처를 딛고 새롭게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며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과거를 지운 것이다. 고통의 순간은 언제든 다시 찾아오겠지만 이제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한 나우펠의 웃음소리가 편안해 보인다.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착각이죠. 우리가 아예 엉뚱한 행동을 한다면 모를까…저 크레인으로 점프하는 거예요. 하면 안 되는 뭔가 즉흥적인 일 금지된 행동을 하는 거죠. 덕분에 다른 세상에 가게 돼서 잘됐다며 후회도 안 해요.”
현재 <내 몸이 사라졌다>는 <토이 스토리4>(조시 쿨리 감독), <겨울왕국2>(크리스 벅ㆍ제니퍼 리 감독), <드래곤길들이기3>(딘 데블로이스 감독), <날씨의 아이>(신카이 마코토 감독) 등과 함께 내년 2월에 열리는 아카데미시상식(오스카) 장편 애니메이션 후보로도 점쳐지고 있다.
징그러운 이미지 때문에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영화지만 독특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오스카 후보로 점쳐지는 다른 영화들을 다 봤다면 이 작품도 보는 것을 추천한다.
글 by 이지영 기자(쪙이). ‘영화’로운 삶을 꿈꾸는 중. 잡식성 수다쟁이
제목 내 몸이 사라졌다(I Lost My Body)
감독 제레미 클라핀
출연 파트리크다쉼사오, 빅투아르 뒤 부아, 하킴 파리스
등급 15세 관람가
평점 IMDB 7.7 에디터 쫌잼
와칭(watc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