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m90㎝·체중 86㎏인 사사키는 4월 청소년 대표팀 훈련 도중 시속 163㎞ 직구를 던졌다. 그는 입단식에서 “내 장점은 빠른 직구다. 직구만큼은 어떤 투수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며 “시속 170㎞짜리 공을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오타니 선배의 기록을 추월하겠다”고 호언했다. 구단은 그에게 등 번호 ‘17’이 박힌 유니폼을 선물했다. 17번은 오타니가 LA 에인절스에서 쓰는 등 번호다.
한·미·일 프로야구의 광속구 바람
18세 사사키 163㎞에 일본 열광
채프먼은 비공인 170.6㎞가 최고
“팔꿈치 인대 못 버텨 툭하면 부상
시속 180㎞면 공 던지다 다칠 것”
시속 170㎞ 강속구는 ‘투수의 꿈’이다. 0.3초 만에 홈플레이트에 도달하는 속도다. 타자의 일반적인 반응 속도(0.4초)보다 빠르다. 알면서도 치기 어렵다. 투수에겐 절대무기다. 하지만 쉽게 도달할 수 없는 기록으로 여겨왔다. 투수의 한계 구속을 꾸준히 연구해 온 미국 스포츠의학연구소 글렌 플레이직 박사는 2010년 “인간이 던질 수 있는 최고 속도는 시속 161㎞ 전후”라고 주장했다. 실험 결과, 그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지려면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가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시속 160㎞대 공을 던진 선수가 있었다. 모두 외국인 선수다. 2011년부터 세 시즌 LG 트윈스에서 뛴 레다메즈 리즈(36·도미니카공화국)가 공식 경기 최고 구속 기록(시속 162㎞) 보유자다. 한화 이글스에서 2016년 잠시 뛴 파비오 카스티요(30·도미니카공화국)도 시속 160.4㎞짜리 공을 던졌다.
국내 투수는 오타니, 사사키와 달리, 시속 160㎞가 넘는 공을 던지지는 못했다. 2003년 당시 SK 와이번스 우완 투수 엄정욱(38)의 시속 158㎞가 최고 기록이다. 2007년 당시 롯데 자이언츠 최대성(34)이 같은 구속을 던졌다. 올해 키움 히어로즈 불펜 투수 조상우(25)가 시속 157.2㎞로 개인 최고 구속을 경신했다. 그는 한국 선수 최초로 시속 160㎞ 돌파에 도전한다.
플레이직 박사는 “달리기 또는 수영 선수는 과학적인 훈련과 영양 공급을 통해 몸의 근육을 강화해 속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그러나 팔은 다르다. 구속은 팔꿈치 관절을 고정하는 인대와 힘줄 등에 의존한다. 이 부분은 근육과 달리 훈련이나 보충제, 어떤 요법으로도 강해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과학책 『퍼펙션 포인트, 인간의 한계가 만들어내는 최고의 기록』(2012년)에는 빠른 구속에 대해 이렇게 적혀 있다. “투수는 ‘마지막 투구가 될지언정 시속 185㎞ 공을 던질 수 있지 않겠나’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투구하는 도중에 부상이 발생할 것이다. 공을 바닥에 던져버리지만 않아도 행운이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