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끼리 다 해쳐먹어라”(김태흠 한국당 의원)
“‘아들 공천’ 문희상 (국회의장)은 사퇴하라!”(임이자 한국당 의원)
10일 저녁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상정되고 통과되는 동안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었다.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이 한국당을 뺀 군소정당과 만든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의 예산 수정안을 “불법집단들의 반헌법적 불법 예산”이라며 총력 저지에 나섰지만, 끝내 문희상 의장이 수정안 통과를 알리는 방망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날 회의는 민주당 이인영, 한국당 심재철, 바른미래당 오신환 등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오후 1시 30분부터 5시간여 넘게 줄다리기 협상을 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513조원 규모의 정부 예산안 삭감액 규모를 두고 여야가 세부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다.
오후 8시 민주당 의원들이 대부분 들어선 가운데 국회 본회의를 속개한 문희상 의장은 한국당 의원들이 입장한 8시 38분쯤 “성원이 되었으니 예산안부터 상정하겠다”고 했다. ‘날치기 예산 불법’ ‘4+1은 세금도둑’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온 한국당 의원들은 전원 기립해 “사퇴하라” “아들 공천” “제안 설명”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한표 의원은 문희상 의장의 단상에 올라가 항의하기도 했다.
첫 번째로 토론자로 나선 조경태 한국당 의원은 시간 끌기 전략을 썼다. “제발 내 얼굴을 봐서라도 토론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하던 문 의장은 결국, 10여분 후 강제로 토론을 종결시켰다. 한국당 의원들은 “아들 공천 대가냐”고 목소리를 더욱 높였고, 심재철 원내대표는 목발을 짚은 채 의장석 앞까지 나아가 “이럴 수는 없다’고 항의했다.
이후 안건은 한국당이 맞불 성격으로 내놨던 이종배 의원 안이 먼저 올라갔다. 하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단칼에 물리쳤다. 다음으로 이인영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4+1 협의체’ 수정안에 이 올라갔고, 홍 부총리는 "이의가 없다"고 한 줄 평을 남겼다. 이후 표결은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재적 295인 중 156명이 찬성했다.
김준영·이우림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