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실제 현장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악화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사고로 산업재해를 입은 근로자는 6만9568명으로 1년 전보다 3272명(4.9%) 증가했다. 사망자가 667명에 이른다. 한 달에 약 75명이다. 하루 평균 한 명이 떨어져, 사흘에 한 명은 끼여서 목숨을 잃었다. 18~24세 35명은 피어보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산재 사망률 OECD 부동의 1위’란 멍에를 벗을 조짐은 좀체 보이지 않는다.
산재 사고 근로자 전년보다 3300명 증가
기업 안전 컨설팅과 결과 이행 의무화해야
솜방망이 처벌이 이런 실태를 낳았다. 고용부가 불시 점검해 부과한 과태료는 한 곳 평균 약 150만원에 불과하다. 안전조치를 이행하는 비용보다 과태료가 훨씬 싸다. 하청업체 근로자가 숨진 사건 한 건 당 원청업체 벌금이 432만원이라는 조사도 있다. 김용균법에서는 이런 경우 원청업체에 벌금을 최대 10억원까지 물릴 수 있도록 강화했다. 나아가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어제 보도된 인터뷰에서 “사망 양형 기준이 낮다. 법원에 의견을 내겠다”고 했다.
처벌보다 더 중요한 건 기업 자신의 변화다. 벌금·과태료가 적다고 하청 근로자의 안전을 도외시하는 것은 기업 시민으로서의 기본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다. 그래서 돌아오는 건 “생명보다 이윤을 탐낸다”는 비판뿐이다. 정부도 처벌 강화에만 골몰하지 말고 예방에 한층 신경써야 한다. 기업이 사업장 안전 컨설팅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컨설팅 결과를 따르도록 강제하는 것 등이다. 산재 사망사고의 93%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엔 이런 컨설팅과 이행 비용이 부담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 규모에 따라 일부를 정부가 도와주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희생을 최소화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다. 열악한 근로자를 위해 국가가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친노조’가 아닌 ‘친노동’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