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한국 주식·채권을 팔아치운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그만큼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올해는 2% 성장이 가물가물하다. 내년에도 잘해야 2% 초반대로 전망된다. 성장률 통계가 처음 나온 1954년 이후 유례없는 2년 연속 저성장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조차 “50여 년 사이 최악”이라고 보도했을 정도다.
한 달간 국내 주식 5조원 외국인 엑소더스
그래도 정부는 “정책 성과냈다” 자화자찬
그 결과 일자리는 줄었고 가계소득과 소비는 타격을 받았다. 수요 부진으로 물가는 오르지 않고 있다. 불길한 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올해 2%가 될까 말까 한 성장률조차 정부가 세금을 쏟아부어 겨우 끌어올린 것이다. 한국 경제가 일본처럼 장기 침체에 빠지리라는 ‘J(재패니피케이션·Japanification)의 공포’마저 슬금슬금 번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J노믹스’가 부른 ‘J의 공포’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는 그제 ‘소득주도 성장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부작용투성이인 소득주도 성장을 옹호하는 발표 위주였다고 한다. 같은 날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주재한 ‘혁신성장 전략회의’ 안건 자료 역시 성과에 대한 자랑 일색이었다. 규제에 막혀 혁신의 꿈을 접은 기업들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이 정부 생각처럼 혁신성장이 성과를 거뒀다면,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이렇게 심하게 팔아치울 리 없다.
정부의 자화자찬은 실패에 눈 질끈 감고 가던 길을 가겠다는 외고집의 발로다. 정책 기조를 바꿔야 경제가 살아날 텐데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외국인의 대규모 엑소더스조차 이 정부에는 아무런 자극이 되지 못하고 있다. 대체 어떤 상황에 맞닥뜨려야 경제 정책의 방향을 틀 것인가. 그저 암울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