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후보자의 일성은 검찰 개혁에 방점이 찍혔다. 추 의원은 “사법 개혁과 검찰 개혁은 이제 시대적 요구가 됐다. 이와 더불어 국민들께서는 인권과 민생 중심의 법무 행정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문재인 대통령님의 제안은 이런 시대적 요와 국민적 열망을 함께 풀어가자는 제안으로 생각된다. 소명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최대 관심사는 ‘윤석열 검찰’과 어떤 관계를 그려나갈지다. 하명수사 의혹, 감찰중단 의혹 등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정점을 향해 달리는 상황에서다. 여당이 “정치검찰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한 마당이다. 추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호흡은 어떻게 될 것 같은가’라는 물음에 “그런 개인적 문제는 중요한 것 같지 않고 추후 차차 말씀드리겠다”고만 했다.
- 공정과 정의에 대한 국민 요구가 높은데 어떻게 맞춰나갈 계획인가.
사심 없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공정과 정의에 부합하는 법무 행정을 해낼 것으로 기대하고 추천해주셨다고 믿고 있다. 그런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하겠다.
- 야당에선 공정한 검찰개혁을 위해 탈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웃으며)한 번도 당을 옮겨본 적이 없고 문재인 정부의 성공은 바로 국민께 약속드린 공정과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제가 당적이 있거나 없거나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대통령 메시지가 따로 있었나.
따로 없더라도 제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함께 국민께 약속드렸고 약속을 이행하는 것은 많은 저항에 부딪히기도 하고 그 길이 험난하다는 것을 국민도 알고 계신다.
회견이 끝날 무렵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나왔지만 이미 뒤돌아선 추 의원은 답을 내놓지 않았다.
추 의원을 수식하는 말은 본인 이름과 잔다르크를 딴 ‘추다르크’다. 1997년 대선 때 고향인 대구에서 김대중 후보를 위한 ‘잔다르크 유세단’을 이끌며 “지역감정 악령으로부터 대구를 구하는 잔다르크가 되겠다”고 한 데서 비롯된 별명이다. 2009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으로 있을 때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 출입을 막고 한나라당 의원만으로 복수노조법 수정안을 통과시키는 강단을 보이기도 했다. 추 의원의 소신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와 정치적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동시에 받는 대목이다.
정치적 스펙트럼은 비노와 친문 사이에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며 당선에 기여했지만 2003년 말 열린우리당 분당 때 민주당에 남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 찬성표를 던지면서 친노와 갈라섰다. 훗날 추 의원은 “가장 큰 실수이자 과오”라고 후회하며 사죄 의미로 3보 1배를 했다. 지금도 그때 후유증으로 무릎 관절이 좋지 않다고 한다.
법무장관 하마평에 오를 당시 당 대표를 지낸 만큼 격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왔던 터라 추 의원은 적잖이 고심해왔다는 후문이다. 그와 가까운 민주당 한 인사는 “대통령 제안을 거절하는 모양새로 비춰지는 데 대해 부담이 있었다”고 했다. 추 의원은 이와 관련해 “역사적 요구에 비춰볼 때 저 개인적 입장을 붙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해서 당선될 경우 6선 국회의원이 되면서 ‘여성 최초의 국회의장 후보감’으로도 거론됐던 추 의원은 장관행을 택한 이상 출마는 어렵게 됐다. 하지만 장관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경우 정치적 진로는 다양하게 열려 있다고 여권에선 보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추 의원은 최소한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할 것”이라며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우상호 의원과 경쟁할 공산이 크다”고 예상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