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처음 신청하시나요? 어떤 거 신청하실지 정하셨어요?"
이날은 정부가 내년도 노인 일자리 참여자를 모집한 지 이틀째였다. 만 60세 또는 65세 이상 노인이 대상자다. 2~13일 가까운 노인복지관, 읍면동 주민센터 등을 방문ㆍ신청해야 된다. 이 복지관에서 신청한 노인들은 모두 기초연금 수령자다. 환경 미화ㆍ어린이 하교 지원 등 공익활동(공공형) 일자리에 참여해 월 27만원을 받는다.
80대 "난 생계형, 월 27만원 적어 3장만 더 줬으면"
70대 "혼자 살아, 치매 예방 위해 밖에 나와 일해"
노인의 상당수는 팍팍한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집 바깥으로 나섰다고 했다. 지난달까지 길거리 담배 꽁초 줍기에 참여했다는 백석봉(80)씨는 손가락 3개를 펴보였다. "더도 말고 딱 3장만 더 줬으면 좋겠다." 30만원이냐고 묻자 "3만원"이라고 웃었다. "월 27만원은 너무 적다. 잘 사는 사람은 용돈이겠지만 우리는 생계형이라서 3만원은 더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노인일자리가 10만개 는다는 걸 알려주자 "선거 때문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2014년부터 노인 일자리 참여했는데 도서관 보조, 학교 환경 미화, 아동안전지킴이 등 다양하게 해봤다. 그나마 집사람도 27만원짜리 초등학교 급식 보조를 하니 둘이 번 돈을 모으면 도움이 된다"면서 "아직 지팡이도 안 짚는다. 앞으로도 힘 닫는 한 계속 신청할 생각이다"고 했다.
금전 문제뿐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 또는 외부 활동을 하려고 신청한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2015년부터 초등학생 하교 도우미를 했다는 김모(73)씨는 기초연금과 노인일자리, 국민연금 등을 합쳐 70만원 안팎을 번다고 했다. 돈도 돈이지만 혼자 살기 때문에 사회 활동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친구들도 다 재밌다고 일자리에 참여한다. 사실 일자리 줘도 살고, 안 줘도 살지만 집에만 있으면 금방 치매가 올 거다"면서 "10년 전 남편과 갑자기 사별한 뒤 사람들이랑 어울리지 못 했는데 일을 나가면서 지금은 너무 밝아졌다"고 말했다. 백씨도 "밖에서 몸을 쓰니까 우울증이나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거 같다. 집에 있으면 할 게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10월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 3구의 공익활동 노인일자리 참여자는 목표치를 채우지 못 했다. 송파구는 계획한 일자리의 56%만 집행됐고 강남구는 72%, 서초구도 85%였다. 박모(71)씨는 "소일거리 삼아서 노인일자리를 신청하려고 한다. 다만 요즘 뉴스를 보다보면 '늙은이처럼 젊은이도 도와줘야 할텐데'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노인일자리만큼 청년 취업도 정부에서 신경 썼으면 하는 바람이 담겼다.
"만약 전화가 안 오면 선발되지 않은 거예요 어르신."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