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의 비즈니스 모델 놓고 사법부 첫 제동
첫째, 퀄컴이 자신들이 보유한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사업의 표준이 되는 특허)와 관련해 경쟁 모뎀칩 제조업체의 라이선스(특허 공유) 요청을 거절하거나 제한했다. 이번 소송에 공정위 측 보조 참가인으로 참여한 인텔, 대만 미디어텍은 “퀄컴이 LTE나 5G 산업의 표준이 되는 특허를 공유하길 거부해 모뎀칩 개발·판매에 차질을 빚었다”는 논지를 폈다.
법원은 “퀄컴이 ‘FRAND 원칙’ 확약에 따른 의무를 회피했다”고 판단했다. 자신들의 기술을 산업 표준으로 채택하기 위해 국제표준화기구 등에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FRANDㆍ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으로 특허를 제공한다고 약속했으나 정작 퀄컴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취지다. 퀄컴은 현재 통신 분야에서 가장 많은 SEP 약 2만5000개를 보유하고 있다.
애플을 비롯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퀄컴의 비즈니스 모델에 그간 불만을 토로했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협상에 응했고, 모뎀과 함께 특허 계약을 체결했다. 퀄컴이 LTE·5G 모뎀칩셋 개발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인 까닭이다. 올 5월 퀄컴과 6년(4+2년)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애플은 두 달 뒤 인텔의 모바일 모뎀 사업부를 아예 사들였다.
법원은 공정위가 문제 삼은 세번째 행위(포괄적 라이선스 체결)에 대해선 “경쟁제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퀄컴은 특허 계약에 세부 조항(휴대폰 가격의 일정 비율로 로열티 지급, 제조업체도 퀄컴도 상호 특허 무상 사용 가능 등)을 추가로 명시하는 ‘포괄적 라이선스’ 방식을 택하고 있다. 법원은 "포괄적 라이선스 조건의 경우 거래 상대방인 휴대폰 제조사에게도 이익인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휴대폰 제조사에 불이익하다고 일반화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공정위가 부과한 약 1조300억원의 과징금은 그대로 유지했다. 위 두 가지 행위만으로 과징금 부과 요건이 충족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시정명령 10개 중 포괄적 라이선스와 연계된 2개는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삼성이나 LG전자가 향후 퀄컴에서 5G 모뎀칩을 구매할 때 다소 유리할 수 있다. 자사 모뎀 사용량을 줄인 스마트폰 메이커에게 퀄컴이 특허 이용료를 더 높게 부과하는 행위, 그리고 퀄컴의 특허 끼워팔기 관행도 제한될 가능성이 커진다.
삼성은 빠졌지만, LG는 공정위 편에 서
법조계 안팎에선 퀄컴이 이번 사건을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1조3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과징금을 둘러싼 퀄컴과 공정위 간 법정 다툼은 대법원에서 종결될 전망이다.
김영민·백희연 기자 brad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