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신시대’는 2050년까지 38년간 지속한다

중앙일보

입력 2019.12.04 11:18

수정 2019.12.0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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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는 집권하면 새로운 정치를 펼치고자 한다. 이른바 ‘신정(新政)’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신시대(新時代)’ 건설을 외친다. 앞선 지도자 장쩌민(江澤民)이나 후진타오(胡錦濤)와는 다른 새로운 시대를 열자는 것이다.  

'시진핑 신시대'가 시 주석이 집권한 2012년부터 21세기 중엽인 2050년까지 38년간 지속할 것이란 중국 관방의 주장이 나왔다. [AP=연합뉴스]

2017년 집권 2기를 시작하며 내세운 구호다. 시 주석에 따르면 ‘신시대’란 다섯 가지 모습을 띤다. 사회주의 승리, 강국 건설, 공동의 부유 달성, 중국몽(中國夢) 실현, 인류에 대한 공헌 등이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을 세계의 모범으로 끌어올리려는 야망이 번득인다.  
한데 이 ‘시진핑 신시대’가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는 것인가와 관련해 논란이 많다. 지난해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없애는 바람에 시 주석이 종신 집권은 아닐지라도 장기 집권할 것은 분명하다는 관측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홍콩의 정치 평론가 쑨자예(孫嘉業)는 4일 명보(明報)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시진핑의 집권 기간을 엿볼 수 있는 ‘시진핑 신시대’ 기간이 중국의 권위 있는 인사에 의해 공개적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 10월호에 실린 중공 중앙당사 및 문헌연구원 원장인 취칭산(曲靑山)의 글을 통해서다. 필자나 그가 속한 관방 기구의 무게, 이론지치우스의 성격 등을 감안할 때 중국 공산당의 공식적인 입장에 가까운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는 지난 10월에 발간된 2019년 19호에서 '시진핑 신시대' 기간을 2050년까지로 주장하는 글을 실었다. [치우스 홈페이지 캡처]

취칭산 원장은 ‘신시대가 당사와 신중국 역사에서 갖는 중요한 지위와 의의’란 제목의 글에서 올해로 98년을 맞은 중국 공산당 역사를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 단계는 1921년 창당 이후 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울 때까지다.

중국 공산당 역사 4단계와 키워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 28년 세월의 키워드는 ‘혁명(革命)’이라고 했다. 두 번째 단계는 49년부터 78년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할 때까지다. 이 29년을 관통하는 핵심어는 ‘건설(建設)’이라고 했다. 세 번째 단계는 78년부터 시진핑이 당 총서기로 등장하는 해인 2012년까지다.
취 원장은 이 34년 키워드는 ‘개혁(改革)’이라고 말했다. 네 번째 단계는 시진핑이 중국의 1인자가 된 2012년부터로, 이때부터 시작된 ‘시진핑 신시대’는 이번 세기 중엽인 2050년까지 38년간지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키워드로는 ‘부흥(復興)’을 꼽았다.  
취 원장은 매 단계 중국의 분투(奮鬪) 목표가 달랐다고 설명했다. 1단계인 49년까지는 ‘구국(救國)’을 위해 분투했고 2단계 78년까지는 ‘흥국(興國)’을 위해 싸웠다. 2012년까지 ‘부국(富國)’을 위해 투쟁했다면 시진핑 등장 이후엔 ‘강국(强國)’을 위해 분투 중이다.  
‘구국→흥국→부국→강국’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바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인 중국몽을 실현하는 과정이란 주장이다. 취 원장이 시진핑 신시대가 38년 계속될 것이라 밝힌 건 중국 관방에 의한 첫 입장 표명으로 주목된다.

중공 중앙당사 및 문헌연구원 원장인 취칭산은 중국 공산당 역사를 4단계로 구분하며 '시진핑 신시대'가 2012년부터 2050년까지 38년간 지속한다고 말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여기서 주의할 건 이를 시진핑 주석의 임기와 기계적으로 동일시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2050년이 되면 시진핑은 97세의 고령이 돼 당이나 정부의 중요 요직을 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력은 누구든 놓기 어려운 법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이 그랬고 장쩌민 또한 막판까지 군권(軍權)을 쥐고 있었듯이 자신의 몸 하나에 중국의 모든 권력을 집중시켜놓은 시 주석이 언제 대권을 이양할지는 미지수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여론이 뒷받침하는 한, 경쟁 세력의 도전이 크지 않는 한 최대한 지키려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리고 후계자 선정에서도 자신의 사상을 이어갈 인물을 발탁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렇지만 중공 역사를 볼 때 후계자가 전임자 사상을 뒤엎은 사례는 부지기수라고 홍콩 정치 평론가 쑨자예는 주장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마오쩌둥이 일으킨 문화대혁명을 철저하게 부정한 게 대표적인 예란 것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