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곳은 전북 완주군 운주면사무소 마당이에요. '주무관 곶감이네집'이라는 문패가 달린 개집이 제 집이죠.
9월 태풍 덮친 날 찾아온 유기견
직원들 "사람 돌봄 없으면 위험" 입양
지역 특산품 이름 따…후원 이어져
주무관 직급 주고 유튜브 채널 만들어
개 일상 알리면서 완주군 축제도 홍보
그런데 어쩌다가 유기견 팔자가 상팔자가 됐냐고요? 운주면사무소를 안 건 몇 달 전이에요. 배고플 때마다 면사무소에 기웃거렸는데 직원들이 음식을 챙겨 주면서 인연을 맺었죠.
그러다가 지난 9월 8일 제13호 태풍 '링링'이 덮친 거예요. 거센 비바람을 뚫고 그날 밤 면사무소를 찾았어요. 굶주림과 추위에 지쳐 기진맥진한 상태였죠.
때마침 면사무소 직원 모두가 비상근무를 서고 있었어요. 초췌한 제 모습을 본 직원들은 "요 녀석, 어디 갔다가 이제 왔니?" "왜 이렇게 말랐어?"라며 안쓰러워했습니다. 여느 때처럼 제게 음식을 주며 따뜻하게 맞아줬죠.
집은커녕 이름도 없던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곶감이'란 이름도 얻었어요. 운주면의 대표 특산품인 곶감에서 따왔답니다. 곶감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명견(名犬)이 되라는 의미를 담았다니, 멋지죠? 완주에서도 운주·동상·경천면이 곶감으로 유명한데, 주민 2100여 명이 사는 운주면은 곶감 농가만 260곳에 달할 정도로 곶감의 주산지랍니다.
오랫동안 거리를 쏘다녀 비쩍 말랐던 저는 이제 살도 통통하게 찌고 부쩍 건강해졌답니다. 낯선 사람을 보면 도망가던 불안 증세도 완전히 사라졌고요. 면사무소 직원 14명이 새 식구가 된 저를 정성껏 보살펴 준 덕분입니다.
익명의 후원자는 사료를 보내 줬고, 어느 사료가게 사장님은 제가 먹을 사료를 평생 무료로 주겠다고 약속해 주셨답니다. 얼마 전에는 후원자님들이 제가 추위를 피할 수 있게 지붕과 벽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운주면사무소 직원들은 국내 최초로 개에게 주무관 직급을 줬답니다. 주무관은 공무원 직급 중 보통 6~9급을 말한대요. 물론 명예직이지만요. 앞으로 절 부를 때 '곶감이 주무관'이라 불러 주세요.
직원들은 지난달 '면사무소 곶감이'라는 유튜브 채널도 만들었답니다. 완주의 명물(名物)이 된 제 일상을 알리면서 운주면과 완주군의 각종 축제 등을 홍보하는 한마디로 '꿩 먹고 알 먹기'죠.
유튜브를 보니 면사무소 일부 직원이 "아, 우리 집 청소도 안 하는데 이게 뭐람. 자기가 이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곶감이'는 알까? 세상 태평하게 누워 자는 걸 보니 모르는 것 같다"고 투덜대던데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제가 말은 못하지만, 제 목숨을 구해준 은혜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겁니다.
저도 최근에 꿈이 생겼어요. 요즘 직통령(직장인 대통령)으로 불리는 인기 유튜버 '펭수' 형-혹은 누나-처럼 우주 대스타까지는 아니어도 유튜브 채널 구독자 10만명을 넘겨 운주면과 완주군이 발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참, 중요한 걸 빠뜨릴 뻔했네요. '제6회 완주 곶감축제'가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운주면 대둔산 도립공원에서 열리니 저도 볼 겸 국내 최고 품질의 곶감도 맛볼 겸 완주로 놀러 오세요. 멍멍!
※본 기사는 전북 완주군 운주면사무소가 지난 9월 입양한 유기견 '곶감이'의 사연과 이를 소개하는 유튜브를 개설했다는 완주군 보도자료, 추가 취재를 바탕으로 곶감이 1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