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초대장 보고 투자했다 다 날렸다”…끝나지 않은 '벚꽃스캔들'

중앙일보

입력 2019.12.02 22:14

수정 2019.12.03 10:13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아베 신조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벚꽃을 보는 모임'(이하 벚꽃 모임) 스캔들 파문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번엔 일본 정부가 벚꽃 모임에 조직 폭력단, 다단계 업체 등도 초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벚꽃 모임 초대장이 다단계 사기에 악용돼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마니이치신문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봄 일본 정부가 다단계 판매로 악명 높은 유명 업체 회장을 '벚꽃 모임'에 초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초대를 받은 회장은 2조원 대의 피해를 낸 야마구치 류쇼 전 재팬라이프 회장으로 밝혀졌다.
 
당시 이 업체는 일본 정부로부터 받은 벚꽃 모임 초대장을 이용해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정부 행사에 참여할 만큼 유명한 업체라는 이미지를 내세운 것이다. 한 여성은 업체 광고에 정치가 이름이 나온 것만 믿고 4억 원을 투자했다고 한다.
 
이 업체는 이러한 방식으로 2조원 대의 투자금을 모았지만 사기 행각을 벌이다 지난 2017년 파산했다.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모두 날렸다.


벚꽃 모임 초대장이 일본 조직폭력단에게 발송됐다는 의혹도 있다. 트위터에는 조직폭력단이 벚꽃 모임에 초청돼 스가 요시히로 관방장관과 악수를 한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벚꽃 모임 초대장을 둘러싼 의혹은 커지고 있지만 누가, 왜 벚꽃 모임 초대장을 발송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문제의 초대장에는 아베 총리나 장관이 직접 초청한다는 의미의 관리번호 '60'도 찍혀 있으나 일본 정부는 모른다는 입장이다. 
 
총리 관저 측은 초청자 명단이 삭제됐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야당이 데이터 복원을 요구했지만 "백업 데이터 보존 기간이 지나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내놨다. 내각부 담당자도 벚꽃 모임 초청자 등 관련 자료가 폐기돼 관리 번호가 어떻게 분류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벚꽃 모임 스캔들로 한 차례 곤욕을 치렀다. 세금이 들어가는 정부 주관 봄맞이 행사에 자신의 지역구 후원회 관계자를 대거 초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공적 모임을 후원회 행사로 이용하는 등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후 스캔들이 잠잠해지는가 싶었지만 벚꽃 모임 초청자를 둘러싼 의혹이 다시 제기되며 논란은 재점화하고 있다.
 
아베 정권의 지지율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날 마이니치신문이 공개한 '11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베 내각 지지율은 42%로, 지난 10월 조사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전월보다 5%포인트 상승한 35%였다.
 
또 응답자 가운데 72%는 아베 총리와 정부 관리들이 벚꽃 모임 스캔들에 대해 내놓은 답변을 "납득하지 못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납득할 수 있다"는 응답은 14%에 그쳤다.
 
국가의 세금을 사용하는 벚꽃 모임에 아베 총리의 지역 후원회 관계자가 다수 초대된 데 대해서도 응답자 65%가 "문제"라고 답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