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에 살던 A(60·여)씨는 같은 아파트에 살던 D(62·여)씨에게 접근, “부동산 투자로 재산을 늘렸다”며 환심을 산 뒤 2017년 8월 부산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던 지인 B(58·남)씨를 소개했다. 이후 A·B씨는 자신들을 믿은 D씨에게 부산 기장군 기장읍·철마면과 경남 밀양시 초동면 일대 등 4곳의 임야 투자 명목으로 11억6500만원을 투자받았다. B씨는 투자금으로 산 부동산을 D씨 명의가 아닌 자신 명의로 모두 소유권이전 등기를 했다. D씨 돈을 가로채려 한 것이다.
투자가 교통사고 위장 살해하려한 일당 3명
1심 징역 10~20년 형량많다며 모두 항소해
의식 없이 연명하던 피해자 선고 전후 사망
검찰은 살인미수죄 아닌 살인죄 적용해 항소
이에 B씨가 투자원금을 연 3% 이자로 변제하거나 투자원금만큼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해주기로 하자 D씨는 고소를 취하했다.
하지만 B씨는 기장군 철마면 임야 한 곳만 D씨에게 소유권이전 등기를 해줬을 뿐 나머지 부동산은 합의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D씨가 다시 합의서 이행을 독촉하며 압박하자 B씨는 알고 지내던 C씨(65·남)를 끌어들였다. A씨가 C씨에게 2300만원을 주기로 하고 ‘교통사고로 위장해 D씨를 식물인간으로 만들자’며 공모한 것이다.
이들은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C씨가 쏘나타 차를 몰아 D씨를 들이받는 역할을 하기로 하는 등 각자의 역할을 나눴다. 또 대포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D씨의 이동 경로를 사전에 파악하고, 범행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주변을 돌아다니며 교통사고 예행연습까지 했다.
C씨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차 앞부분으로 D씨를 들이받아 약 17m를 진행했고, 공중으로 튕겨 날아올랐다가 바닥에 떨어진 D씨는 뇌사 상태에 빠졌다. C씨는 단순 교통사고를 낸 것처럼 경찰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사고를 수상히 여긴 경찰에 범행이 발각돼 결국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다. 이 가운데 A씨는 B·C씨와 달리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해 D씨가 숨지기 12일 전인 지난 7일 울산지법에서 살인미수죄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B·C씨는 D씨가 숨진 하루 뒤인 지난 20일 열린 울산지법 선고 공판에서 징역 20년과 18년이란 중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당시 울산지법은 B·C씨에게 “피해자가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으며 그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살인범죄와 다름없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살인미수죄로 기소됐지만, 살인죄의 권고형(양형기준)을 적용해 판결했다.
이들은 형량이 무겁다며 모두 항소했고, D씨가 숨지자 울산지검도 이들에게 살인미수죄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해 공소장을 변경해 28일 항소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미 살인죄 권고형을 받은 B·C씨는 항소심 형량이 1심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살인미수죄가 적용돼 다른 공범보다 형량이 아주 낮은 A씨는 형량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유정우 울산지법 공보판사는 “남성 2명은 1심에서 살인죄의 양형기준이 적용됐기 때문에 살인미수죄가 적용된 여성 피고인보다는 2심에서 형량이 가중될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