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부자 나라”이기 때문에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을 올려 받아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 참모들은 조율한 듯, 공개적이며 반복적으로 “부자 나라 한국”을 외치고 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지난 15일 서울, 19일 마닐라에서,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10일 한·일 방문길 기내에서 이같이 말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3일 캐나다에서 “한국은 부자이면서 강한 나라”라고 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한국인도 잘 안다. 만약 더 내야 한다면 대차대조표를 놓고 이치를 따지는 게 먼저다. 그게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비즈니스 세계의 규칙이다. 부자이기 때문에 내년도 방위비를 올해의 5배인 50억 달러(약 5조9000억원)로 올려야 한다는 무논리를 자꾸 외치면 친미도 반미로 돌아설 수 있다. 당장 온라인에는 ‘그만 나가라’ ‘임대료 받아라’ 같은 댓글이 넘친다. 미 의회가 검토 중인 내년도 국방수권법안에 따르면 주한 미군 주둔 예산은 약 44억6000만 달러다. 그걸 전액 한국이 내라는 것도 무리인데, 여기서 발생하지 않는 비용까지 얹으려면 쉽지 않을 것이다. 한·미 동맹을 깨지 않으면서 조금이라도 더 얻고자 한다면 적어도 협상장 밖에서는 ‘부자’ 얘기는 접는 게 실속있을 듯싶다.
박현영 워싱턴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