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0시 13분쯤 구속영장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 도착한 유 전 부시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바로 법정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감찰 무마 부탁하신 윗선이 누구냐” “받으신 금품 대가성 없다고 하셨는데 입장 그대로인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보다 윗선 더 있는가” “동생 취업 특혜 인정하느냐” “한 말씀이라도 해주셔야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입을 꾹 다문 표정을 유지했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 시절 업체 관계자로부터 골프채와 항공권 등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대보건설 회장의 장남이 대표이사로 있는 자산관리업체에 자신의 동생 취업을 청탁한 혐의도 받는다. 유 전 부시장의 동생은 2년 동안 1억5000만원에 달하는 급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산관리업체가 당시 유 전 부시장의 동생을 채용하기 위해 ‘원 포인트 채용’을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를 떠난 이후에도 자신의 책을 업계 관계자들에게 대량 구매해 달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검찰은 그에게 뇌물수수‧수뢰 후 부정처사‧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의 범죄 혐의를 소명하는 것 외에도 증거인멸 정황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가 소환 조사 전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고 다니며 입을 맞춘 정황과 휴대전화를 자주 교체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은 보통 범죄 혐의가 대부분 소명되고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을 때 발부된다.
반면 유 전 부시장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업체들로부터 일부 금품을 받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부시장은 이 부분을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했다고 한다.
유 전 부시장의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권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등법원,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거친 후 2월부터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다.
영장실질심사는 약 2시간만인 낮 12시 35분쯤 마무리됐다. 심사를 바치고 법정에서 나온 유 전 부시장은 굳은 표정으로 법원 주차장에 미리 주차된 승용차로 걸어갔다. "어떤 혐의를 중점적으로 소명했는가" "혐의를 부인했는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역시나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김도읍 "조국, 유재수가 아킬레스건 될 것 우려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의 통화 내역에서 수사 시점을 전후해 유 전 부시장이 청와대 핵심 인사와 집중적으로 통화한 사실을 파악했다. 유 전 부시장은 청와대 감찰에서도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수시로 텔레그램으로 연락하며 각종 인사에 개입한 사실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또 유 전 부시장의 감찰보고서를 작성할 당시 특감반원의 말을 빌려 "지난 해 12월 국회 운영위를 앞두고 조 전 장관은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이 본인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 될 것을 우려해 수차례에 거쳐 대응 회의를 했을 뿐만 아니라 리허설을 하는 등 매우 집중적이고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전했다.
유 전 부시장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밤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유 전 부시장은 그때까지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대기한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곧 백 전 비서관과 조 전 장관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가영·윤상언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