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관계자는 “청와대 경호팀이 말뚝을 세우면 안 된다고 해서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수준의 비닐만 낮게 둘러놓았다”며 “사랑채가 청와대에서 100m가량 떨어져 있어 청와대도 이 정도는 양해해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 “내 뜻 대통령께 전해라”
페이스북엔 “고통마저도 소중”
한국당, 청와대 앞에서 비상의총
전희경 대변인은 “황 대표가 어제 저녁 6시 이후부터는 계속 누워 있다. 말도 간단한 대화 정도만 가능하다. 어지러움이 심하다고 하신다”고 전했다.
그런 황 대표 단식 현장에 여러 정치인들이 다녀갔다. 가장 눈길 끈 인사가 이낙연 국무총리였다. 전날 방문하려다 황 대표의 몸 상태 등을 고려해 취소했던 이 총리는 낮 12시20분쯤 사전 조율 없이 찾아왔다. 황 대표는 일어서지 못하고 반쯤 누운 상태로 천막 안에서 이 총리를 맞았다.
이어 오후 2시 넘어 정홍원 전 총리,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안상수 전 새누리당 대표, 김성태 전 원내대표 등이 찾아왔다.
‘낮-청와대, 밤-국회’ 방식으로 농성을 이어가던 황 대표는 22일 밤부터 국회 복귀를 거부하고 단식 강도를 높였다. 김도읍 비서실장은 “국회에서 해야 한다고 권했지만 청와대 앞에서 해야 한다는 황 대표의 의지가 워낙 강해서 도저히 꺾을 수가 없었다”며 “이런 풍찬노숙으로 단식한 경우가 거의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황 대표의 농성장 앞에서 열린 한국당 비상의원총회에는 소속의원 108명 중 80여 명이 우비를 입은 채 참석했다. 비가 오는 가운데 황 대표는 천막에서 나와 단상에서 의원들과 함께 애국가를 부른 뒤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텐트로 돌아갔다.
나 원내대표는 “본인(황 대표)의 희생을 통해 나라를 구하고자 하는 구국의 결단”이라며 “황 대표를 중심으로 절대 단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비가 온 뒤 기온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측근들은 천막 안에 전기장판과 핫팩을 넣어놓았다.
한국당 내에선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 선언 및 당 해체 주장 파문 후 어수선했던 당 분위기가 황 대표의 단식투쟁을 통해 다시 내부 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세연 의원의 주장에 동조하며 지도부를 비판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3일 황 대표를 방문해 “제가 했던 말이나 보도된 것은 너무 괘념치 마시라”고 했다. 22일엔 김세연 의원도 찾아와 “한국당이 거듭나기를 바라는 충정에서 말한 것”이라고 했다.
유성운·성지원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