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만 있으면 폐석탄광 안에서도 원하는 작물을 키울 수 있어요.” 지난 19일 강원도 춘천시 강원도청 한 사무실. 강원도농업기술원 김경대 연구사가 스마트폰을 스크린에 연결하자 200㎞가량 떨어진 태백 함태광업소 석탄 운반로 안에 설치된 고추냉이 재배시설이 화면에 나타났다.
김 연구사는 화면을 보며 스마트팜(smart farm)을 활용하면 폐광 안에 사람이 없어도 조명을 껐다 켜고, 물이 자동으로 흘러나오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팜은 농·림·축·수산물의 생산, 가공, 유통 단계에서 정보 통신 기술(ICT)을 접목해 지능화된 농업 시스템을 말한다.
강원농업기술원 폐광서 고추냉이 스마트팜 실험
성공하면 함태광업소 동굴 안에서만 1㏊ 재배
인근 조탄금광에도 식물공장 설치할 예정
작물은 고추냉이를 심었다. 폐광 안은 연중 기온이 10∼15도를 유지해 생장 조건이 까다로운 고추냉이를 기르는 데 적합하다. 현재 400주가 폐석탄광에서 자라고 있다. 수확은 잎의 경우 두 달, 근경은 1년 정도 걸릴 예정이다. 농업기술원 측은 수확이 가능해지면 ㎏당 쌈 채소용 잎은 1만~2만원, 근경은 10만~20만원에 거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음 달 초엔 태백의 또 다른 폐광인 조탄금광에도 36㎡ 규모의 식물공장이 설치된다.
농업기술원이 폐광지 동굴에 스마트팜을 활용한 작물 재배에 나선 건 폐광지역 주민들을 위해서다. 폐광지역은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고용감소, 인구유출, 경제 악화 등 지역 쇠퇴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1995년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다양한 사업과 예산이 투입됐지만, 지역 쇠퇴를 막지 못했다.
비싼 전기료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아
이에 따라 농업기술원은 고추냉이 시범 재배 성과를 검토해 2020년부터 식물공장 적용이 가능한 강원도 산채 재배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후 폐광과 광부들이 떠난 뒤 방치된 사택, 폐철도 터널 등에 식물공장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강원도엔 820여개의 폐광산이 있다. 농업기술원 측은 이들 폐광산 중 동굴 폭이 최소한 4m, 높이가 2m 이상으로 사람이 다녀도 지장 없으면 식물공장을 설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식물공장 설치에 드는 비용과 비싼 전기료, 주거지를 농업시설로 용도 변경하는 문제 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최종태 강원도농업기술원장은 “폐광 등 유휴자원을 활용한 퀀텀닷 LED 식물공장은 폐광지역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설치 비용 현실화와 전기료, 주거지 용도 변경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고급 산채류를 연중 공급하는 기술 개발로 강원 농가 소득 증대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