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은 중국이 미국을 향해 7개의 화살을 동시에 쐈다고 말했다. 외교부, 전국인민대표대회, 정치협상회의 등 모두 7개 기관에서 미국은 “제 불에 타 죽지 않도록” “자신의 발등을 찍을 것” 등과 같은 험한 말을 마구 쏟아냈다.
중국 정부 기관이 이렇게 총출동하기는 2012년 일본이 센카쿠(尖閣, 중국명 釣魚島) 열도를 국유화하는 조처를 했을 때 나온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중국의 분노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중국은 왜 이렇게 격분했나. “홍콩이 중국에 속하는데 미국이 홍콩 사무에 개입하는 건 중국에 대한 명백한 내정간섭이기 때문”이라고 중국은 설명한다. 내정 문제와 관련해선 처음부터 초강경 태도를 보여야 유사 사건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홍콩인권법안’은 미 정부가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검증해 인권 범죄를 일으킨 중국 정부 관계자 등에 대해 비자 발급을 제한하거나 자산을 동결할 수 있도록 한다. 중국 고위층의 해외 자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중국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의회는 그러나 ‘홍콩인권법안’ 통과에만 만족하는 게 아니다. SCMP에 따르면 미 의회는 현재 경제에서 이데올로기에 이르기까지 중국을 겨냥해 법안을 준비하는 것만 150개 이상에 이른다.
대표적인 게 ‘위구르인권정책법안’이다. 미국은 줄곧 중국 당국이 신장(新疆) 위구르족 자치구 내에서 위구르족을 탄압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강제 수용소를 만들어 종교와 소수민족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위구르인권정책법안’을 만들어 미 국가정보 책임자에게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이 야기하는 안보 위협에 대해 매년 의회에 보고하게끔 하려고 한다. 그 결과에 따라 중국을 비난하거나 제재하는 조치를 마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20일 미 하원은 ‘홍콩인권법안’을 가결하면서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기 위한 별도의 법안도 통과시켰다. 홍콩 경찰에 시위 진압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최루탄, 고무탄, 전기 충격기 등 특정 군수품의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SCMP는 미 의회에서 중국을 겨냥한 법안이 차고 넘치는 이유는 ‘중국 때리기’가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이 모두 동의하는 몇 안 되는 이슈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중국 때리기’ 법안은 계속 발의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