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필리핀을 방문 중인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묻는 말에 “우리가 할지도, 하지 않을지도 모를 것에 대해 예측하거나 추측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경우에 따라 감축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발언은 ‘주한미군 철수는 있을 수 없다’던 미국의 기존 입장과는 완전히 다르다. 특히 에스퍼 장관은 지난 15일 한국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주한미군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고 전투태세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힌 장본인이다. 정황상 더 많은 분담금을 받아내기 위해 ‘금기어’로 여겨지던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슬쩍 꺼낸 게 틀림없다. 피로 맺어진 한·미 동맹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참담할 따름이다.
분담금 부족하면 주한미군 줄일 수도
미 의회 상대로 한 적극적 설득 필요
전통적 한·미 동맹을 금전적 손익으로만 따지려는 미국의 행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주한미군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안보 차원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이는 크나큰 잘못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이 실망스럽지만, 변할 가능성이 없다면 주어진 상황 속에서 실질적 타개책을 찾는 게 옳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지소미아 파기와 관련, ‘방파제론’을 앞세워 일본 측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반감만 부추길 공산이 크다. 이제라도 지소미아 파기를 철회하든, 아니면 후폭풍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미국, 특히 의회 내에서 한·미 동맹을 소중히 여기는 인사들의 힘을 빌리는 것도 또 다른 방안이다. 외교 당국은 의회와 싱크탱크 등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적극적인 설득작업을 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여야 3당 원내대표들로 이뤄진 방미단도 제 몫을 해야 할 것이다. 지소미아에 관한 정당 간 이견이 있더라도 이번만큼은 분열하지 않고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