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부터 복지를 크게 확대한 일본은 1990년대 경제 거품이 꺼지면서 빚을 내 복지예산을 메웠다. 그 결과 80년대 말까지는 평행을 달리던 일본의 세입·세출은 1990년부터 방향을 달리한다. 쓰는 돈은 계속 느는데 들어오는 돈은 줄면서 둘 사이의 거리는 갈수록 멀어진다. 쩍 벌린 악어 입 형상이 된 것이다. 마나고 국장은 “이를 내다보지 못한 게 너무 뼈저리다”고 했다. 2012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공격적인 성장 정책을 펼친 덕에 세입은 다시 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벌어진 입을 다물게 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정부·여당 인사는 세금으로 만든 노인 일자리와 단기 알바, 퍼주기식 현금성 복지지출 등으로 재정지출을 더 늘릴 태세다. 압권은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의 말이다. “곳간에 작물을 쌓아두면 썩어버리기 마련”이라며 “어려울 때 쓰라고 곳간에 재정을 비축해 두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곳간엔 쌓아놓은 작물 자체가 없어 빌려 쓰는 형편이다. 재정에 대한 개념 자체를 모르는 듯하다.
확장 재정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라는 것이다. 그래야 국가의 마이너스 통장 잔고가 느는 것을 조금이라도 늦추고, 집행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지금처럼 ‘총선용’으로 의심받는 선심성 재정 확장에 치중한다면 그 후유증은 다음 세대들이 짊어져야 한다.
손해용 경제정책팀장